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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ap Nov 23. 2022

K에게

너는 잘 익은 망고야

안녕 K. 지금은 밤 10시 27분이 넘어가고 있어. 나는 방금 홍차를 마시다가 문득 너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 져서 노트북을 열었어. 네가 이 편지를 언제 확인하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남기지 않으면 모두 없어져버릴 이야기들이 아쉬워서 한번 남겨볼게. 요즘 너의 하루가 예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여서 정말 다행이야. 아직은 어딘가 어색하고 조심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웃어 보이는 너의 얼굴을 볼 때마다 다시금 모든 것들이 회복되어서 전처럼 마음 놓고 소리 내어 크게 웃는 너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해. 예전부터 항상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네가 해줬던 말들 있잖아.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모를 거야. 나는 항상 너를 보면서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부러웠어. 하고 싶은 말들을 어쩌면 저렇게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나는 아직 부끄럽고 덜 자란 아이 같아서 내 안의 많은 말들을 꺼내놓기엔 덜 익어서 속을 꼭 잠근 망고 같았거든. 그런데 너는 아주 맛있게 익은 부드럽지만 속이 꽉 찬 망고였어! 그래서 너처럼 나도 얼른 마음이 자라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부드럽지만 꽉 찬 망고가 되는 게 내 꿈이 된 거야.


K 너는 나에게 그랬듯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런 존재일 거라 생각해. 그렇지만 너는 너의 아픔은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나는 너의 아픔을 다 알지 못해. 물론 나도 나의 아픔을 다 꺼내놓지 못하는 사람이라 너도 나의 아픔을 다 알지 못할 거야. 그런데 나는 내가 아팠던 시간에 너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나는 주지 못했어. 그게 마음이 아파. 네가 아팠을 때 네가 꼭꼭 숨어버려서 찾을 수가 없었어. 그러다가 잊어버렸던 것 같아. 분명 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잊어버렸어.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네가 해줬던 말이 떠올랐어. 그래서 정신을 차려보니까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더라. 그때 네가 정말 보고 싶었는데 볼 수가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위해 기도하는 것뿐이었어. 지금 너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로 인해 조금 덜 아팠기를. 여전히 너를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너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부디 잊지 않기를. 무엇보다 네가 아팠던 시간들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기를. 세상이 너를 망고가 아닌 홍시라고 해서 속상하지만 망고는 망고지 홍시가 될 수 없는 거잖아. 그건 망고와 홍시도 분별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그들이 망고와 홍시를 분별할 수 있는 눈을 달라고도 기도했어. 너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힘들기를 바라지 않아. 그들이 깨닫길 바랄 뿐이야. 네가 망고였다는 걸 알길 바랄 뿐이야. 그냥 지금은 그거면 될 거 같아 나는.


K 너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나는 늘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 어제보다 오늘이 그보다 내일이. 그리고 나도 행복할 거야. 우리 인생이 행복으로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정말 그렇다면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겠지?’ 이 말도 네가 했던 말이야. 행복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다시 만날 때까지 더 많이 행복해보자. 그리고 나는 더 잘 익은 망고가 되어있을게. 이제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어. 나 두시간 가까이 네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야. 그럼 오늘도 너의 밤이 평안하기를 기도할게. 잘있어 K.






사진은 언젠가 저의 SNS계정 스토리에 올렸던 사랑하는 투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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