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경우에 누군가와 꽤나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함께 나눴던 대화들을 곱씹어 보곤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시간 동안 정말 진심으로 대화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길에 후회를 할 때가 왕왕 있다. 나의 말이 행여 잘 못 전달되진 않았을까, 내가 거기서 말을 좀 더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내가 그때 표현을 적절하게 한 걸까.. 보통 이런 후회는 아주 절친한 사람들은 제외하고 초면인 누군가 혹은 그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사이의 사람과의 만남 후에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나눴던 이야기들을 곱씹어 보는 것 자체가 그 시간이 나에게 꽤나 힐링이 되고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라 나의 진심이 조금은 옅게 남았을지라도 충분히 좋았던 시간으로 남곤 한다.
단 몇 시간 안에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 시간들이 쌓여서 몇 해가 된 만남으로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좋았던 만남은 더 곱씹어서 간직하는 나의 습관들이 작은 부분 하나까지 생각하다 보니 가끔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 때가 있다.
언젠가 SNS 계정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지.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마음을 나눠야지. 늘 그렇듯 고난은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내 진심은 변함없다는 것.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어." 비공개로 돌려진 그 글에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써 내려갔었는지 떠올려보게 됐다. 그리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난이 나의 마음까지 가난하게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말들을 한 자 한 자 꾹꾹 써 내려갔던 밤이 생각났다. 정확히 나에게 어떤 고난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의 다짐은 여전하다. 나를 흔드는 고난 가운데 진심을 구구절절 설명해줄 수는 없지만 나의 진심이 담긴 태도와 삶이 결국엔 내 진심을 설명해줄 수 있으리라. 옅게 남아있던 진심들도 쌓이고 쌓여 더욱 깊고 진한 발자국을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