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ove, love!
준비하는 내내 우리의 세계에 유행하는 것이 질병이 아니라 사랑이길 기도했다. 그리고 그런 유행이 시작될 때까지 사랑을 홍보하리라고 마음먹었다. 나는 사랑을 믿는다. 사랑의 전망은 앞으로도 밝을 것이다. 사랑은 내 평생의 유행이다. <유지혜 /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새로운 책을 만나러 서점에 갔다. 장보기부터 옷 쇼핑까지 대부분의 구매를 온라인으로 시작해 온라인으로 끝내는 나인데 책만큼은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먼저 서점에 가서 수많은 책들 속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 권의 책을 만나러 간다. 항상 순서가 있다. 가장 좋아하는 카테고리인 수필 코너로 직진하지 않고 소설과 시 코너부터 살핀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괜히 딴청 피우는 사람처럼 설렘을 조금 더 간직하며 다른 곳을 기웃기웃. 결국 슬금슬금 수필 코너로 갈 거면서 말이다. 너무 한 곳에 마음을 뺏겨 시야가 좁아질까 하는 나름의 우려를 피하기 위해서, 내가 나를 붙잡는다. 그러다 보면 정말 소설이나 시를 구매하기도 한다. 어쩌다 가끔이지만..
그렇게 만났다. 유지혜 작가님을.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심플하다. 그냥 맘에 들면 된다. 보통은 제목이 끌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 혹은 예쁜 책 표지에 괜히 열어보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두 가지를 다 사로잡았다. 저절로 노래를 부르게 되는 제목이, 나의 가치와 연결되는 그 제목이 다른 책들을 더 돌아볼 여유도 없이 마음이 왕창 쏟아져버렸다.
그녀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사랑이었다. 사랑이 닿는 곳이 사람일 수도, 장소일 수도, 지나간 어느 시점일 수도, 나에게 소중한 그 모든 것에 대한 사랑. 그리고 책을 마치며 그녀는 사랑이 유행하는 세계를 말했다. 사랑이 유행하는 세계라니! 생각만으로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책을 덮는 순간부터 시작된 설렘이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내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이 더욱 확고해지고 선명해짐을 느꼈다.
요즘 '사랑'이라고 하면 어딘가 좀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것, 어른이지만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다고 한다던가, 아직도 사랑을 믿냐는 말을 듣거나 사랑은 한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사랑은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을 동화 속에 사는 사람들처럼 치부해버린다. 나 또한 사랑을 믿는 사람이다.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라는 냉랭한 사람들 속에 파묻혀 함부로 사랑을 외치지 못했다. 그저 나와 같은 사랑을 믿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피곤함을 잔뜩 짊어지고 내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 비로소 진정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당당하게 외치고 싶어졌다. 사랑 다음은 사랑! 온 세상이 사랑이야!
사랑을 믿는다 해서 현실감각이 떨어지거나 동화 같은 상상만을 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우리 세계에 존재하며 사랑이 있기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갈 이유와 희망도 있는 것이다. 사랑을 위한 인내는 결코 쓰지 않다.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유는 사랑이야-라는 말 하나면 모든 게 설명되는 것. 사랑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며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은 사랑뿐이다. 온 세상의 말을 가장 쓸모없는 것부터 쌓아본다면 최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단연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랑을 믿는, 사랑의 힘을 믿는 이들이 유치하다는 말에 속아 사랑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길. 사랑을 무너뜨려는 마음에 지지 않길! 사랑을 믿는 사람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보물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