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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ap Feb 09. 2023

나의 우주를 넓히는 시간

책을 읽는 것과 책을 읽고 나아가 생각하는 것

자유인이 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의 의지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계획과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하루가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설레는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나의 시간들을 더 많이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게을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지난날들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더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는 주도적인 삶에서 더욱 자유함과 만족감을 느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간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욱 책에 빠져버렸다. 올해에는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라고 다짐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손이 책으로 갔고 한 권을 모두 읽으면 다음 책을 고르러 서점에 가고 몇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와도 가장 끌리는 한 권만 구매하고 돌아왔다. 나의 독서 습관이라 하면 한 번에 한 권만 읽는다는 것이다. 나는 온전히 한 권에 집중해서 글을 읽고 생각을 하고 싶다. 한 챕터를 읽고 생각을 해보고 또다시 글을 읽고 생각을 하고의 과정을 반복하며 책을 많이 읽어서 다독을 하는 것보다 생각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읽는다. 그 과정이 참 즐겁게 재미있다. 최근에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에 빠져 교수님의 책을 구매하러 서점에 갔었다. 이렇게 확실하게 선택한 책이 이미 있다면 온라인으로 구매하곤 하는데 사실 그날은 쇼핑몰에 다른 목적으로 갔다가 서점이 있어 온 김에 다른 책도 구경할 겸 구매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들러보았다. 들어가자마자 검색대에서 책을 검색했는데 재고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든 생각이 그럼 다른 책을 구매할까? 였다. 나에겐 뭐든 다음 읽을 책을 구매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구매한 책은 백수린 작가님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라는 에세이였다. 내가 요즘 하고 싶은 말의 제목을 보자 마치 처음부터 그 책을 사러 들어온 사람처럼 책을 집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게 책을 읽었고 자연스레 백수린 작가님의 다른 책들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 그녀의 우주가 꽤 나와 닮아 있는 것을 보며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과 그녀가 느낀 행복들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가까운 어떤 친한 언니 같은 느낌을 받은 나는 이 마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어 그녀의 SNS를 찾아보았지만 어느 곳에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언젠가 작가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온다면 꼭 전하고 싶다. -예상하건대 직접 대면하면 쉽게 용기 내지 못할 수도-


백 작가님의 책을 읽고 온라인에서 주문한 김경일 교수님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을 차례대로 읽었다.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을 보다 보니 기업인이자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박사님의 강연이 추천되었고 며칠새 강연을 여러 편 보았다. 지금 나는 송길영 박사님이 출간한 책 <그냥 하지 마라>를 구매하기로 했다. 그와 더불어 송길영 박사님이 출연한 셜록현준이라는 채널을 알게 됐고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을 알게 됐다. 계속해서 다양한 철학과 가치들을 배우고 이 세계가 흘러가는 방향과 이미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마주하며 그 안에서 나는 그저 알고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행동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됐다. 그에 대한 답은 후자여야만 한다. 다만 용기가 나지 않아 잠시 주저한다 할지라도 결론적으로 반드시 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주저하는 것도 이만하면 됐으니 더 이상은 낭비. 나는 행동할 차례이다. 그리고 나의 어느 시점에 만난 한 권의 책을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더 이상은 지체하지 말고 행동하게 이끌어 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은 어떤 한 사람이라는 우주와 우주를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우주가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와 연결이 되려면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더 나아가면 기록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는 책을 읽으며 꼭 일기를 썼다. 책에 대한 나의 감상문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생각들을 마구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 노트를 며칠 전 책장 정리를 하다 발견했다. 언제부턴가는 생각하게 해 준 글 귀에 간단히 밑줄만 긋곤 했는데 그 기록들을 보니 다시금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오랜만에 만난 M언니와 책 이야기를 했다. 나는 생각보다 주변에 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얘길 했다. 많이 하고 싶은데 사실 친구들이 책을 좋아하지도 잘 모르겠다고. 나도 선뜻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친한 동생 J에게서 '언니는 요즘 무슨 책 읽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굉장히 기뻤다고도 했다. J도 책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오래된 친구인데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다. J도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마 그때 알았을 것이다. 책 이야기를 나눈다 해서 갑자기 우리 진지하게 이야기해 볼까? 라기보다 요즘 읽는 책에 대한 이야기나 관심 있는 분야나 작가 이야기, 때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을 읽다가 첫 부분에 답답한 전개를 넘어가지 못하고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좋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다시 펼쳐보지 못했다는 것까지. 이것은 나의 이야기인데 J가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본인도 앞부분이 힘들어서 진짜 그만 읽을까-를 여러 번 생각했는데 참고 읽다 보니 중반 이후부터 너무 재밌었다며 언니도 언젠가 생각나면 다시 시도해 보라고 해주었다. 이런 책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게 즐겁다.


단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쓰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나의 글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이따금씩 다시 읽어보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드문드문 수정하고 싶은 구절들이 보일 때가 있다. 계속해서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반복하고 있다. 어떤 문장은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갑자기 낯 뜨거운 기분에 수정이 아닌 과감히 한 줄 삭제를 눌러버리는 것이다. 몇 개의 글은 아예 비공개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더욱 좋은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글에는 글쓴이의 철학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그 어느 것보다 나를 다 보여주게 되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꾸며서 쓰라면 얼마든지 쓰겠지만 결국 밑천은 드러나는 법. 무엇보다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닌 진정으로 좋은 글을 쓰고 싶고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은 나의 글쓰기는 꾸밀 수가 없다. 내 글이 진짜가 되려면 진짜 글을 써야 하니까. 송길영 박사님의 말처럼 나의 데이터를 쌓는다는 생각으로 조금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쌓아나가 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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