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긋나는 이유
너도 맞고 나도 맞는데 우린 참 안 맞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 주파수가 안 맞아서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주파수에 있으면서도 엇박이 나는 사람이 있다. 애초에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나와 다른 사람이구나- 하겠지만 후자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우린 분명 통하는데 왜 자꾸만 어긋나는 걸까. 더 빠른 박자의 사람은 왜 빨리 하지 않냐며 다그친다. 다음 박자의 사람은 자신의 박자를 이미 준비하고 있었기에 자신이 무얼 잘 못 했는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너와 나의 박자가 다른 것이었다. 너는 감정이 어떠한들 정박에 박을 쳐야 하는 사람이며 나는 감정에 의해 한 번의 쉼표 혹은 두 번의 쉼표가 붙는 사람이다. 정박인 사람에게 맞추려다 보면 숨이 가빠져 제 박도 놓치고 그저 오랫동안 숨을 고르게 되기도 한다. 도대체 정박의 개념은 무엇이란 말인가. 서로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도 그 사이 길이가 달라 우린 계속 엇박이 난다. 그 엇박이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같은 박자에 놓일 때도 있지만 찰나 같은 순간이 지나면 또다시 우린 제 갈길을 간다. 둘이서 발을 묶고 달리는 것도 참 쉽지 않다. 큰소리로 박자를 맞추며 걸어도 넘어지기 마련인데 삶에서 박자를 맞추는 일은 어떠할까. 그렇다 하여 주파수와 박자가 동시에 맞는 운명 같은 사람을 살면서 우린 얼마나 마주할 수 있을까. 너와 나의 시간을 이해하고 사이의 간격을 좁혀가는 일에 함께 애써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