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벽
나는 총이다. 오, 마이 미스테이크.
나는 손이다. 당신의 몸에 붙어 있는 손이 아니라
당신을 존재하게 하는 손이다.
나는 종속자가 아니라
당신의 주인으로서 내가 원하는 곳에 나를 보내고
때로는 당신을 나로부터 분리하기도 한다.
나는 손님이다. 오, 마이 미스테이크.
나는 주인님이다.
나는 당신 몸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똥 싼 밑을 닦아주는 너그러움도
무좀 걸린 발을 씻어주는 연민도
가려운 정수리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발랄함도
내게는 있다.
그러므로 나는 효자손이다.
오, 마이 미스테이크. 나는 손님이시다.
기억하나?
사람들이 당신에게 뭔가를 집으라고 강요하던 그날.
나는 순전히 당신을 위해 아무것도 집지 않았다.
당신 아빠는 연필을, 엄마는 실을,
이모와 삼촌은 돈을 집으라며 아우성쳤지만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고
당신과 나의 엄마, 그 여자의 젖가슴을 움켜쥐었고
당신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울어버렸다.
그러나 정작 당신은 늘 엄마의 젖이 아닌
다른 것들을 바라며 살아왔고 나는 여전히 빈손이다.
내가 뭔가를 움켜쥐면 당신은 나와 멀어진다.
더 가까워질 거라 믿는 건 순전히 당신의 착각일 뿐이다.
당신은 나 손님이 그려놓은 당신의 운명을 해독하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어리석게도 당신은 거리에서 손금을 봐주는
노인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
나 손님도 당신의 운명을 완전히 쥐고 있지는 않다.
더구나 나 손님은 당신의 뜻을 항상 존중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다.
분명한 것은
내가 뭔가를 움켜쥘 때 당신은 욕망에 빠지고,
내가 손바닥을 펼 때 당신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당신을 좌우해온 권총이다.
오, 마이 미스테이크.
권총이 아니라 권능이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밥 떠먹여주는 나 손님에게 감사할 줄 모른다.
움켜쥘 것인가,
펼 것인가,
이제 선택하는 게 오똔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