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죽음과 통화 중
성 감독이 돌아가고 난 뒤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놈은 공원을 나와 상가 사람들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향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음식물 쓰레기 위에서 고양이와 까마귀가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플라타너스 뒤에 몸을 숨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식당 사람들이 외로운 인사를 나누며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여전히 골목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
'고양이와 까마귀 짓은 아니야. 누군가 쓰레기봉투를 찢고 음식물을 쏟아놓는 게 분명한데, 내가 숨어 있으면 용케 알고 나타나지 않는단 말이야.'
음식물쓰레기차가 도착한 뒤에야 어둠 속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꼭 잡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통 힘든 게 아니라고요.'
환경미화원이 투덜거렸다.
'아, 이 사람아, 유령이든 괴물이든 나타나야 잡지. 산에서 곰이 내려오나!'
남자가 귀찮은 듯 소리쳤다.
'아파트 뒷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들일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사람이 그러는 거라니까.'
'사람이면 왜 음식물 쓰레기를 죄다 쏟아놓겠어.'
'먹을 만한 걸 찾는 거지.'
환경미화원들끼리 다투는 사이 남자는 자신의 차를 타고 가버렸다.
쓰레기차가 저만치 멀어지고 나서야 놈은 플라타너스 뒤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놈은 만찬을 포기하고 머릿속의 지도를 따라 이 골목 저 골목, 이 거리 저 거리를 돌아다니며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눈에 띄는 대로 주워 먹었다. 하지만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놈은 금단 현상에 빠진 것처럼 눈에 불을 켜고 미친 듯이 거리를 헤매며 제 욕구를 쫓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속이 비어 있을 때는 배고픔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음식이 조금이라도 뱃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식탐이 과해졌다. 그 때문에 놈은 불안한 듯 지칠 때까지, 아니면 배고픔을 다시 잊을 때까지, 거리를 방황하며 떠돌아다녔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 놈은 아파트 뒷산의 움막, 자신의 오래된 거처로 되돌아왔다. 놈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훨씬 이전부터, 그러니까 사람이 찾지 않는 깊은 산 중이었을 때부터 그곳에 살았다. 하지만 놈이 그곳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잠자는 것뿐이었다.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한 달, 겨울에는 석 달에서 넉 달씩 거의 숨도 쉬지 않은 채 사체처럼 잠만 잤다.
놈은 나흘 밤낮을 자고 닷새 만에 깨어났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놈은 오전 열 시쯤 산에서 내려왔다.
옥금당 옆 골목엔 벌써 누군가 늦은 아침을 시켜 먹고 내놓은 쟁반이 있었다. 쟁반을 덮은 신문을 젖히자 채 식지도 않은 콩나물해장국과 겨우 한 숟갈쯤 떠먹고 남겨 놓은 흰 밥이 깍두기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놈은 밥과 반찬을 뚝배기 속에 쏟아 넣고 섞어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웠다. 오후 서너 시쯤 들른 원룸 층계참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은 탕수육과 군만두가 황제의 밥상처럼 놓여 있었다. 놈은 자신의 식탐을 억누르고 남은 탕수육을 신문지에 싸서 주머니 속에 챙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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