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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규 Sep 02. 2022

흔들리지 않는 믿음에 관하여 - 1

우리의 삶은 기댈 곳이 없을 만큼이나 온통 흔들리는 것들로 구성된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많은 것들이 바뀌고 흔들린다. 쉽게 생각했던 일들의 어려움을 알게 되고, 어릴 적 되고 싶었던 어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흔하다.



 근본적으로 확신했던 미래의 무언가가, 확정되어 있는 형태의 결과였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세상은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가 계산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고 결국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 길 너머에 낭떠러지가 있을 가능성을 알고서도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규명하는 것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사명이어야만 한다.



 우리의 첫 창업은 16살에 이뤄졌다. 그때 우리는 각자가 가진 개인적인 비전과 미션이 있었지만 팀을 하나로 만드는 사명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들 각자가 흥미를 갖고 있는 기술적인 무언가를 탐구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창업이었기 때문에 모였고, 창업을 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도전하고 싶었던 과제들을 달성한 이후에는 누구도 의지를 갖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때 우리가 만들었던 서비스는 아마존의 “AWS”와 유사하게, 인스턴스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웹 및 가상 서버 호스팅 서비스로, 국내 최초의 서비스 형태를 제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8,000명의 얼리어답터 페이드 고객을 확보했었지만 캐즘을 뚫고 주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흥미나 관심을 뛰어넘는 광적인 집착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공동의 비전이 없었고 경험이 부족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비전을 납득시키고 그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성장을 통한 더욱 강력한 리더십, 이타심과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되면서 더 이상 서비스가 관리되지 않았고 8,000명의 고객을 가진 서비스를 타 법인에 양도하면서 사업을 정리했다. 이후에는 각자 도생으로 이어졌다. 당시 함께 창업을 했었던 공동 대표는 유학길에 올랐고 나는 스무 살이 된 직후 결혼을 했다. 첫째를 얻었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직장 생활을 1,8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했다. 다만 나의 목표는 생계가 아니었다. 하나의 사업체가 갖는 모든 생애주기를 파악하고 싶었고 스스로의 결정을 100%에 가깝게 신뢰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고 싶었다.



 그 이유는 어려서부터 흔들림 없이 원하던 세상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창업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던 그 세상의 모습은 사람들이 모두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고, 호기심을 갖는 문제에만 몰두할 수 있고, 관계나 상황의 강제로 인하여 폭력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원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이루는 방식이나 방법은 아무래도 좋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는 것은 창업이었다.



 이유는 국가를 만드는 것 보다는 비용이 낮고, 분쟁의 소지도 적으면서 IT의 등장으로 인해 그 한계가 굉장히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만들기 굉장히 좋은 형태가 기업으로 생각되었다.



 생각해보라. 주변에 100명이 있고 이 중에 내 뜻에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전 세계의 1/100 즉 7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내 뜻에 공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7천만 명의 동지가 있다면 거뜬히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도 남는다.



 마음이 맞는 친구를 국경의 간섭 없이 만날 수 있게 되는 환경이 우리에게 주어지면서 같은 의지를 가진 사람을 만나 돈을 버는 것이 상당히 내가 원하던 세상의 모습과 결이 맞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거부했다. 사업에 미친 듯이 몰입해 4년동안 수십개 이상의 수 많은 사업들을 불 끄러 다니듯이 뛰어다니며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회사는 초기 입사 당시보다 10배 이상의 규모로 자리잡았고 직장 생활을 정리하던 즈음에는 처음의 10배 이상으로 고액의 수입을 얻었다. 말단 사원에서 CTO가 되었다.



 그때 즈음 나는 스스로의 선택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게 되었고 다시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SI 회사를 만들며 회사를 퇴사했다.



 아이템을 정하지 않고 SI 사업으로 창업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만들고 싶은 결과물. 즉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은 실제 세상이 원하는 것과는 괴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고 모두가 그 방향에 공감할 수 있지 않다는 자각이 있었다.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기 확신만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고 하지만 결국 돈은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맞닥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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