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규 Sep 02. 2022

흔들리지 않는 믿음에 관하여 - 2

우리의 삶은 기댈 곳이 없을 만큼이나 온통 흔들리는 것들로 구성된다.

 내가 만들어낸 비즈니스 모델, 혁신적인 제품 등의 사업 도구에 연연하고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내가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 미래가 무엇인지 그들과 합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그 미래를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데 집착해야 한다.



 나는 이전의 실패 경험 덕에 이러한 이타심이 왜 중요한지, 왜 나의 의견보다는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이행했다.



 그리고 수많은 새로운 사업 기회들을 발굴했고, 당시에는 실패로 생각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작은 실패들을 누적했다. 위성 통신 기반으로 선박과 항공기를 추적하는 솔루션을 개발해보기도 하고, 웹 소설 플랫폼을 개발 해보기도 하고, 노무사 중개 플랫폼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던 2018년 후반에 우연히 내려갔던 창원에서 당시 모텔을 운영하고 있었던 과거의 코파운더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그 친구는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모텔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었는데 모텔을 운영할 때 필요한 “객실 관리 시스템”과 “키오스크”가 2000년 대 초반에 개발된 이후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으며 너무 불편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것을 제대로 만드는 회사가 있다면 모텔 업주들은 수 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히 지불할 능력도 있고 의사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이 그것을 만들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채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마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절묘한 시점에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다.



 스터디카페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였다. 생각해보면 시공간을 분할 판매하고 공간 출입제어가 필요한 영역이라 모텔과 유사성이 많은 수율 관리 영역의 분야였기에 지식 재산권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최저 비용에 사업을 진행하자는 제안을 역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 현재 스터디카페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완전 무인" 이라고 할 수 있는 스터디카페의 시초가 된 모델이었다.



 나는 “공간샘” 이라는 스터디카페 프랜차이즈 메인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고 5호점이 100호점 이상으로 1년 6개월 만에 확장하게 되면서 사업의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MVP를 가지고 주변에 있던 괴물 같은 실력의 인재들을 공동 창업자로 포섭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숙박업계에서 누구도 만들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던 솔루션을 제시하며 스타트업 “벤디트”를 창업했다.



 나는 이러한 증명의 이전까지는 영업, CS, 개발, 디자인, 설치 및 조립, 유지보수 업무까지 모두 혼자 도맡았었다.


 하지만 벤디트를 창업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개발이나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영역의 실무에 관여하지 않았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타인을 설득해낼 수 있는 증거들을 많이 발굴하고 미래의 업사이드 포텐셜을 제시해 얼마나 좋은 인재를 모셔 올 수 있는가와 얼마나 큰 외부 자본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표이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실무를 잘 처리해내는데 있지 않다. 대표이사는 대표 철학가여야 한다. 잘 아는 영역일수록 빠르게 위임하고 잘 모르는 것들을 배워 나가며 회사의 문화를 선도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산업을 잘 아는 전문가가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토스팀과 같은 많은 사례로 이미 증명된 적이 있다. 대표이사는 액션 플랜을 수립하고 액션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사람들을 모셔오고 업무 자원을 관리하고 돈을 가져와야 하며, 불투명한, 잘 모르는 것들을 투명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래를 바꾸며 원하는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경험적으로 대표이사의 본질적인 역할과 책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지금 벤디트의 캐치프레이즈는 “기술을 통해 사람을 자유롭게” 이다. 내가 원하던 세상에 가깝게 세상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시공간으로부터 더욱 많은 사람들, 시장 참여자들을 자유롭게 하는 문화를 구축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벤디트를 운영해왔고, 결과적으로 1년만에 가능성을 인정받아 5개의 벤처 캐피탈에서 40억 원의 Pre-A 시리즈 투자를 유치했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만약 부딪히고 깨지며 배우지 않았더라면 이런 것들을 깨닫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믿음을 갖게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의 인생에 있어 도전했던 모든 것들은 매 번 새로운 믿음을 구축하는 과정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진리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흔들리지 않는 믿음에 관하여 -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