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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자 Mar 28. 2024

애증의 관계, 평생 숙제 : 저울 다이어트

어제 퇴근길에 집 앞 마트에 들러서 몇 년 만에 과자를 샀다.

원랜 다른 과자를 사고 싶었는데 그게 없어서 꿩 대신 닭으로 들고 나왔다. 안 보이면 모를까. 있는 걸 몰랐다면 모를까. 내 집 어디에 있는 걸 안 이상은 모른 척 넘어갈 수가 없다. 이래서 먹을 걸 사두면 안 되는 건데. 야밤에 돼지런히 먹었다. 매번 그렇듯 밤에 먹는 건 더 없을 꿀맛이고 다 먹어갈 때쯤이면 현타가 온다. 그때라도 딱. 멈추면 될 일인데. 끝내 바닥을 보고야 일어난다. 자기 전엔 어휴 어휴 후회를 하고 아침엔 기적 같은 숫자를 바라며 대역죄인의 모냥새로 저울대에 올라간다. 저울이가 단호하게 말하는 것 같다. "응. 아 니 야."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응. 반 봉지만 먹었어. 한 봉지 다 먹고 싶던 거 완전 참고 딱 반 봉지만 먹었거든. 잘했어. 칭찬해. 오늘 밤엔 정말 먹지 말자�"

돌아서는 그때 저울이가 뒤에서 또 말하는 것 같다.

"웃기시네�"



역시 다이어트는 입으로 하는 것.

한다 말하며. 먹거나 안 먹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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