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의 오류

매일 쓰기 22일차

by Inclass

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는 프로그래머의 오류라고 이름지어서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관련해서 정식으로 배운 경험은 없으나, 엑셀에서 수식을 짜거나, 온라인에서 협업 방법을 구현하거나 등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학교에 있으면서 오프라인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학교의 활동이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일어나지만, 교육 현장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온라인에서의 다양한 활동이 자연스러운 행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많은 노력을 했었지요.


예를 들어서, 수업 전에 문제를 풀어보고 시험지에 표기한 QR코드를 활용해서 정답을 입력하면 학생들의 오답률이 나와요. 저는 오답률이 높은 문항과 개념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요.

모둠 활동을 하면서, 구글 슬라이드와 같은 온라인 협업 도구를 함께 가르쳐주고,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온라인 협업도구를 이용해서 결과물을 만들게 지도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대학교에 가서 다른 학생들보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활동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봤었지요.


업무 진행에도 엑셀과 구글등을 활용했어요.

예를 들어서, 담임 선생님들이 학급에 들어가서 수기로 조사하고, 엑셀로 입력하고, 수합하고, 인원을 조절하고, 다시 조사하고 등등의 과정을 구글 설문과 스프레드 시트를 활용해서 담임 선생님들이 휴대폰으로 실시간으로 조사 및 정리가 될 수 있게 만들었지요.


그렇게 하다 보니 많은 업무가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가 되었어요. 일의 효율이 올라갔지요.

하나의 재미를 붙이고, 성취감이 생기면 더 많은 것을 하게 되지요?

그렇게 여러 업무 도구를 만들다가, 하루는 제가 만든 새로운 시스템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맞아요. 저는 나름의 고급 기술을 활용해서 구현했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너무 불필요한 단계가 많았고, 과도한 생략이 오히려 혼란을 더하기도 했었지요.


이런 걸 프로그래머의 오류예요.

자신의 세계에 너무 빠져서, 정작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요.


생각보다 이런 경우는 많아요.

오랜 시간 입시상담을 하다 보면, 이제 첫 아이 입시를 준비하는 부모님들에게 입시 용어와 개념을 알고 있다는 가정으로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거나, 오랜 시간 특정 교과를 지도하다가 아이들에게 여러 개념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착각해서 몇몇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 등 말이지요.


교육 현장에서만 그런 게 아니에요.

생각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그것에 기여한 자신의 노력과 투자만 생각하고 고객의 호응이나 필요, 만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요.


쉽게 이야기해서 프로그래머의 오류라는 말은, 자신의 세상에 너무 빠져있어서 그것을 사용할 사람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황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프로그래머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중력도 좋지만, 나와 함께한 사람들, 나의 문제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 중요한 것 같아요. 여기서 이해란, 자신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한 정보 수집성 이해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전인격적 이해를 이야기하지요.

어떻게 그 사람은 그런 성향이 되었을까?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 어떤 환경에 있었을까? 어떤 인품을 얻게 되었을까?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갈등 해결 이후에 무엇이 바뀔 것인가?


재미있는 것은, 그런 고민이 이어지면, 결국 지금의 문제는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결국, 너도, 나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니 조금이라도 살아가려고 그렇게 아등바등하게 되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자존심이라는 이름으로 그보다 소중한 것을 가볍게 여기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고요.


이해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똑똑한 게 답은 아니지요. 정답만 찾는 것도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삶에서는 말이지요.

궁금해서 물어봤어. 궁금해서 내가 꼭 알아야겠어.

아니요, 그건 그냥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가십을 찾는 거예요. 가벼운 호기심을 궁금함이라는 핑계로 마치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처럼 오해하지 말아야 해요. 궁금해서 그 상황을 알고 이해하려 한다면 진짜 이해가 아닐 수도 있어요. 때로는 그냥 이해하세요. 그 상황의 사실을 말이지요. 어설픈 추측은 버리고, 그냥 그 모습을 말이지요.


왜 울고 있어? 무슨 일 있어? 말해봐!!

물론 그런 말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생각보다 많은 현실에서는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그냥 꼭 안아주는 거, 아니면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도 있어요.

모든 문제를 풀어내고, 알아야 한다는 자신만의 세상을 보는 관점에 빠지지 마세요.

그냥 있는 모습을 보는 방법도, 그냥 그 상황을 두는 것도 어쩌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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