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과 자존감과 행운과 과거
성공한 사람들의 유투브 영상을 보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운도 필요하다."
나는 이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면 그냥 자신의 지금 위치를 겸손하게 말하는 것으로만 들렸다.
그곳에 갈려면 너는 노력만으로는 안돼, 운이 중요하다니까, 너도 운이 좋니?
뭔가 주객전도가 일어난 문장 같았다.
지난 9개월 동안 나는 띈구름 속에서 살아갔다.
명목은 내가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만을 생각하면 살아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술은 어쩌면 고평가 받는 걸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술적인 작업과 같이 하나의 작품에 예술가 한 사람의 개성이 담기는 작업이라면 모를까,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은 결코 한 명의 노력으로는 이루어 질 수 없다.
혹은 그 속도감에서 차이가 있다.
둘째, 뭘 해야될까를 찾기 위해서는 모순적으로 뭐를 해야된다.
다트 같은 것이다. 그 누구도 한 번에 정중앙을 맞출 수 없다.
수많은 시도를 하다보면 자신에게 가장 많은 점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던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연구실 여름인턴을 하면서 느꼈다. 자리잡혀 있는 시스템 안에서 그것이 나와 맞는지 탐구하는 과정은 정말 소중한 기회이다. 재미는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내가 몰입까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인턴 이후로 남는 시간에는 뭐라도 할려고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 혼자만의 고생이면 상관이 없지만, 관계적인 부분에서도 손해가 크다. 시간적, 마음적, 금전적 여유가 너무 없어져버리니까 자꾸만 나는 지금 이렇게 혼자 있어야돼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뭘 할 수도 없었고, 떳떳하지가 않고 누군가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압박이였다. 결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지난 이틀간 매우 폭력적인 감정들이 올라왔었다.
아무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고 싶고, 뭔가 부수어버리고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러고 싶은 감정의 강도가 심했다.
하이닉스 계약학과 대학원 결과를 기다리면서 다시 한 번 취준생의 기다림은 정말 잔인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과정을 겪기 싫고, 나에게 안 맞는 것 같아서 계약학과 지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이기도 하다.
나에게 그 기다림은 마치 인생이 일시정지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그 시간에 희망회로를 돌릴 수도,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할 수도, 누군가를 만나서 여가를 즐기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많은 사람들은 공감하기 힘들다는 점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합격이나 누군가의 실패를 온전히 바라볼 수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황이였다. 객관적인 판단이 안되는 상황, 감정에 휘둘려서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
그리고 합/불합을 기다리는 과정과 불합격을 받더라고 쉴 틈없이 다시 플랜B를 실행해야된다는 사실은 플랜B의 플랜B의 플랜B로 갈 수록 지치고 여유가 더 없어진다.
그리고 오늘 12시에 하이닉스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대학원 합격을 마주했다.
합격을 받는 상황에 대해서 내 감정을 시뮬레이션해봤었지만, 메일을 여는 순간 심장박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막 엄청 행복하고, 내가 대견하고 이러기 보다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강했다.
나에게는 이번 기회가 자존감의 최후의 보루같은 느낌이였다.
여기서 불합격을 받게 된다면, 말 그대로 나는 운도 지지리 없고, 능력도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될 것 같았다. 그간의 나의 노력을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하더라도 회복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기에 합격 통보는 다행이라는 감정과 함께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였다.
그리고 그 "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성공한 사람들도 자신들의 많은 실패들을 대표하기 위해서 "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계약학과 대학원에 합격한 것은 나의 어느정도의 노력도 있겠지만, 그 전까지의 과정에서의 실패들을 생각해본다면 그 실패들이 명확하게 원인이 기술되지 않는다. 물론 면접을 못봤을 수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닐 수도, 그냥 능력 부족일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맞는 위치를 찾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운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운이 필요합니다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합격을 하기 위해서 시도했던 수많은 고민과 행동들을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직도 취준을 시도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꼭 그 과정에서 지치지 않고, 지치기 직전이라도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