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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급한 선수 Aug 06. 2023

배를 좌초시킨 선장에게 죄를 묻다.

O captain, My captain

<죽은 시인의 사회> (1989)


 동료를 먹은 선원들이 있었다. 검사는 선장을 기소했다. 그는 6개월 정도의 형을 받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려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저런 일로 벌을 받으면 누가 배를 타려고 하겠냐면서 혀를 찼다고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내 비공식 집단의 이름이다. 명예, 전통, 규율, 최고를 지향하는 학교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성질의 집단은 아니었기에 자리 잡는데 실패한 모양이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 모임은 그 일원이었던 키튼이 학교에 교사로 돌아오면서 다시 살아난다. 사실 키튼은 구실에 불과하다. 키튼 이전에도 찰리는 이미 익살, 공포, 타락, 배설을 외치고 다녔으니. 그들은 단지 에너지를 물질로 바꿀 이름이 필요했을 뿐이다.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닐, 녹스, 찰리, 그리고 토드 등은 주어진 좋은 이름에 걸맞게 삶의 정수를 빨아먹는다. 그들은 비밀스러운 동굴에서 담배, 술, 성인잡지를 탐미하며 시, 낭만, 사랑을 맛본다. 소로의 시를 따라 삶이 아닌 것을 떨치려고 한다. 초인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지만, 젊음이란 승산 없는 싸움에 자신을 던지는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준다. 삶의 끝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닐은 개회 시구 낭독으로 모임의 부활을 선언한다. 그 시구는 닐의 미래를 암시한다. 닐은 초인이 되거나,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느 방식으로든 세상을 뛰어넘어야 하니까. 그게 죽음이든 초월이든. 아! 죽음으로써 초월하는 방법도 있겠다.


<내 모교는 이 그림에 들어있지도 않다. 누가 정한 거야 이거>

 키튼은 자신의 직무를 무시한다. 교육은 모름지기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수단인데, 교과서 진도를 충실하게 따라가지 않는다. 심지어 저자를 무시하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이 수능 출제에 들어가는 건 알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교사가 그렇게 중요한 요인이 아니긴 하다. 배는 바람이 밀어서 앞으로 나아가니까. 그래도 방향키는 선장이 쥐고 있고, 바람에다가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니까, 죄를 물을 수 있는 건 선장 밖에 없긴 하다.


 사건 경위는 이러하다. 그들은 보트 위에서 수십일 간 식량 없이 표류하고 있었고, 먹힌 선원은 말을 평소에도 말을 지독 시리 안 들었으며, 그때도 갈증을 참지 못해 바닷물을 마셨으며, 그 때문에 병에 걸렸고, 아마 곧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며, 선장은 처음에는 제비 뽑기를 통해 희생자를 선정하자고 했지만, 나머지 선원의 반대에 부딪혔고, 다음날 반대를 주도한 선원이 희생자를 손질하려는 것을 외면했다. (심지어 반대를 주도한 선원이 선장을 고발했다!) 그 시대에 배를 탄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는 일과 같았으며, 이런 종류의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한다. 말 그대로 그들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도입을 보면, 서술자가 빅터를 만나는 계기가 나온다. 서술자는 극지방으로 배를 몰고 있는데, 경험이 많은 선원들이 더 들어가면 배가 부서지고 말 거라고 경고한다. 그걸 무시하고 계속 극지방으로 가다가 빅터를 만나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소설의 구조이다. 그래도 얘는 극지방에 대한 동경을 포기하고 배를 돌린다. 그래서 살아남는다.


 키튼도 마찬가지로 배를 난파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몰고 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배는 그 길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키튼이 배가 가는 길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다 치워줄 수 없다.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머지 배는 아직까지 잘 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정도면 괜찮은 교사일까? 키튼마저 문제 있는 교사라고 해버리면 도대체 누가 좋은 교사인지 알 수 없어질까? 아니면 배가 살아남는 건 배의 성능에 맡겨야 할 일이고, 교사는 적당히 옳은 방향만 제시하면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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