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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마 10시간전

무한리필 우산

어느 날부터 아이가 우산을 안 챙겨 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됐다.


등교할 때부터 우산 잘 챙기라는 말을 백번씩 하고 집에 오면 아이의 안부 보다 우산의 안부를 먼저 묻곤 했다.

비록 비싼 우산은 아니었지만 나의 강박이 아이에게 투영된 것이다.


하루는 오후에 비가 올 거 같다고 우산 챙기라고 했더니 아이는 우산을 챙겨 갖다가 비가 안 오면 또 까먹고 올 거 같다며 그냥 우산을 안 가져가겠다고 했고 난 머리가 멍해졌다.


나의 약점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 것이 너무나 괴로웠고, 죄책감도 들었다.


인터넷을 뒤져 개당 2천 원도 안 하는 우산 10개를 주문했고 현관 앞에 잔뜩 두었다.

그리곤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는 우산보다 네가 더 중요하니까. 여기에 우산은 계속 리필될 테니까. 마음껏 마음 편히 갖고 나가라고.


아이를 위해서였지만 곧 나 스스로도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렇게 아이가 나를 또 성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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