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엄마와의 통화 중에 엄마가 말했다.
“도움없이 스스로 자리를 잡아줘서 든든하고 고맙다”고.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아직도 불완전하고, 여전히 흔들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완성형 인생이라는 건 애초에 내게 존재한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느 순간을 기준 삼아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도대체 그 기준은 무엇일까. 안정적인 직장, 입지 좋은 신축아파트, 결혼과 육아라는 사회적 과제를 모두 끝낸 상태라면 ‘다 했다’고 보는 걸까.
그런 잣대로 본다면 나는 어느 정도 요건을 갖춘 사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나는 여전히 길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고,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틀어야 할 것 같은 불안함과 기대가 동시에 있다.
나는 늘 무엇인가를 쫓고 있다. 정작 무엇을 쫓는지 또렷하게 말할 수도 없으면서. 어쩌면 그 모호함 자체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더 나은 나를 향한 욕심, 예측불가능한 불안한 미래,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작은 바람. 그런 것들이 매일 나를 흔들고 또 밀어낸다.
사람들은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멈춰 서기를 바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자리 잡음’은 어떤 형태의 고정이 아니라, 흔들림을 감당해내는 힘에 가깝다.
집을 갖고 직장이 있고 가족이 있어도 늘 무언가를 갈구한다면 그게 자리를 잡은 걸까. 나는 오히려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한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것 같았다.
엄마가 말한 든든함은 아마 이런 세세한 고민을 모른 채, 겉으로 보이는 안정 속에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과정 속에 있고, 여전히 성장 중이며, 지금도 흔들리며 나아가는 중이다. 어쩌면 그 불완전한 움직임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다짐한다. 완성형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흔들려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마음,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내 스스로 불완전함을 인정할때 그게 잘못 살거나 나쁘거나 한 게 아니란걸 깨달을때 비로소 진정한 자리잡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