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 날 회사에서 저녁을 먹던 중 회사 앞에서 큰 교통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접했다. 화면 속 풍경은 너무도 익숙해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매일 퇴근길에 지나치는 길, 아무 생각 없이 건너던 횡단보도, 늘 그렇듯 집으로 향하던 방향. 그 자리에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그게 언제든 내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었다. 아주 평범한 하루의 끝에서, 삶은 그렇게 불쑥 다른 얼굴을 내밀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를 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당연하게 여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도, 무사히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도, 저녁이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그래서 말은 자주 아끼고, 마음은 쉽게 날카로워진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오늘은 여유가 없으니까,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하루를 넘긴다. 하지만 그 기사를 본 순간, ‘다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만약 그날의 사고가 나였다면 어땠을까. 오늘 아침 무심히 넘긴 아이들의 얼굴, 대충 건넨 인사, 괜히 날을 세웠던 말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별일 아닌 줄 알았던 순간들이 사실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장면들이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용히 저려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이미 많은 것들을 놓칠 뻔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보다는, 더 다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낸 나와 내 주변을 조금 더 아껴주기로. 퇴근길에 보는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고, 집에 도착해 신발을 벗는 순간을 소중히 느끼고, “오늘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로 했다. 감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는 걸 다시 배웠다.
삶은 생각보다 연약하고, 그래서 더 따뜻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미루지 말고 표현해야 하고, 아끼지 말고 사랑해야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흘려보낸 마음들을 조금씩 다시 주워 담으며, 오늘을 오늘답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태도일 것이다.
그날의 사고 기사는 나를 겁주기보다는, 조용히 안아주는 메시지처럼 남았다. “오늘을 무사히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아무 일 없이 집에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저녁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 지금, 나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감사한 마음으로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