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5월 19일
아메리카노 한 잔을 비울 때면 사람은 정말로 변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나는 고작 1년 전까지만 해도 바닐라 라떼도 쓰다며 잘 마시지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그날 커피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건 당신이 연습 중이라던 커피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 나의 반응이 그 연습의 일부가 되는 게 좋아서. 그렇게 자꾸만 삼키고 삼키게 되는 불편함을 사랑이라고 믿었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 진통제를 두 알씩 씹어 먹고 어지러운 머리를 들키지 않는 그런 노력이.
그래서 처음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 비웠을 때 당신에게 그런 철없고 철 지난 자랑을 하고 싶었다. 나는 드디어 솔직하게 당신을 좋아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