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 민재이가 들려주는 프로젝트 이야기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UX 디자이너를 준비하기 위해 몇 번의 개인 및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눈앞에 있는 과제를 해결하기 바빴다. 그래서 내가 일하면서 뭐가 부족한지 체감하면서도 그것을 채워 넣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쉬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과거 작업물들을 돌아보고, 부족했던 부분을 스터디해나가고 있다. 오랜만에 과거 프로젝트 파일을 다시 열어봤는데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지금 보니 부족한 점이 보이네...
UX에 대한 열정(!)으로 혼자 밤새며 작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하지만 디자인은 고쳐도 고쳐도 끝이 없다고 했던가. 그 당시에 캐치하지 못했던 나의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과거에 했던 프로젝트들을 브런치에 하나씩 포스팅하면서 어떤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회고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이 작업은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22년 1월에 시작했는데 그 즈음 카카오뷰 서비스는 카톡의 가운데 탭. 즉, 제일 좋은 노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카카오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사용하면서 몇가지 아쉬움을 느꼈고, 실제 유저들의 반응 또한 신통치 않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카카오뷰는 카톡 더보기 탭으로 밀려났다.
*본 프로젝트는 개인 작업물로, 카카오 사와 관련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개선 방법에 있어서 큰 틀은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을 활용했다. 먼저 첫번째 Discover 단계에서 데스크 리서치와 필드 리서치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자 했다.
DISCOVER 단계는 유저가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제품의 문제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과거 나는 너무 앞서간 나머지, 해결책을 찾는 것까지 이슈로 도출해버렸다.
물론 더블 다이아몬드를 활용한다고 해서 100% 그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의 성격과 자원에 따라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 정의 과정과 해결책 탐색을 함께 진행한 탓에,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궁극적인 문제까지 파고들지 못했던 것 같다. 아쉽다.
두번째 Define 단계에서는 앞에 설문조사에 응했던 사용자 중 인터뷰이를 선정하여 인뎁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앞 단계에서 찾아낸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세번째 Develop에서 정의한 문제를 풀기 위한 솔루션을 아이디에이션했다.
마지막 Deliver 단계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솔루션을 정의하고 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구체화했다. 솔루션들을 총 4가지 Value로 분류했고, 각각의 유저 태스크 플로우와 프로토타입을 구상했다.
원래 Value 1의 의도는, 발견 탭에 진입 시 내 취향순 정렬을 기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저 태스크 플로우를 보니, 발견 진입 ➡️ 발견 탭 ➡️ 내 취향순으로 되어 있어 마치 사용자가 직접 내 취향순 필터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료를 시각화할 때 보는 사람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또한 자세히 보기를 눌렀을 때 My 활동 화면이 나오도록 했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UX는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My 활동은 유저가 일주일 간 많이 본 키워드와 좋아요한 콘텐츠를 직접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 My 활동 내용을 기반으로 내 취향순에서 유저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작업 당시에는 내 취향순 정렬을 선택했을 때 나오는 '당신의 취향을 반영한 보드들이에요'의 연장선상으로 My 활동을 생각했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자세히 보기를 누르면 My 활동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뜯어보니 사용자는 자세히보기를 눌렀을 때 My 활동 내역을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세히 보기 ➡️ My 활동 플로우가 유저의 기대와 어긋난다면, My 활동을 아이콘으로 표시하고 발견 탭 상단에 배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다양한 안을 만들어보고 직접 유저들을 상대로 사용성 테스트 해봐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Value 3에서 자주 보는 카테고리를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제시했었다. 편집 모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카테고리 우측에 있는 +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때 아래로 레이어가 확장하는 인터렉션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 버튼보다는 ▽ 아래 화살표의 어포던스가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년 반 전에 한 개인 프로젝트는 지금 돌아보니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그때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조금씩 나아졌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공부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