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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Apr 15. 2024

남편과 한달을 떨어져 지내는데 어떻게 해요?

[ 8화 ]

                                                                                                                                                                                                                                                            


결혼을 앞두고 선배 언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모든 부부라면 이 말을 공감할 것이다. 부부가 뜨겁던 연애 기간과 신혼이 아니라 해서, 서로에게 애정이 없는 건 아니다.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공동의 목표가 있고 , 노후를 위한 계획을 함께 수립한다. 말 그대로 환상 속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직면하는 관계인만큼 몸의 대화는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반면 유대감은 점점 깊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유학 또는 장기간 부부가 떨어져 지내게 되면 안 좋은 잡음들이 여기저기서 출현하는걸 종종 목격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언론 기사들이다.


"외로운 이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 라든가 " 아이를 유학 보냈더니~ " 등 주로 기러기아빠의 애환이 담긴 자극적인 제목이다.  나는 기사를 볼 때 '누가 이익을 볼 것인가'를 생각하고 읽는 편이다. 이것이 내가 언론을 100% 믿지 않는 이유다. 점을 유념한다면 기러기부부와 관련된 기사들도 걸러낼 수 있다. 


제로 아이와 미국에서의 생활은 바쁘다. 외로울 틈이 없다.  아이 픽업 라이드해야지, 영어공부한 거 마트 가서 써먹어야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영어로 된 안내서 물어보러 다녀야지, 한국에 있는 남편 감시해야지,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걸 얻어가기 위한 엄마의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1년간 두 아이와 미국에서 머물렀던 엄마도, 방학기간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미국에 방문했던 엄마도 모두 그러했다.  그 목적이 학업이든 관광이든 엄마들 생활은 모두 비슷했다. 


물론 외로운 순간도 있다. 그러나 잠시 잠깐이다. 내가 힘주어 말하고 싶은 건, 온 신경을 아이한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건만 저런 자극적인 기사 하나로 모든 엄마를 하나로 싸잡아서 자녀 유학생활이 부부관계에 나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옳지 않다.


언론이야 안 보면 그만이니 내가 통제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로부터 듣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다. 그들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을 수 없지 않은가. 



내가 부러워하는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한 가지는 이렇다. 친정이 가까운 여자. 언제든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친정이 한국 땅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 살아가면서 마음의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강력한 힘이다.


나 같은 경우는 미국에 가족들이 살고 있기에  자주 가지도 못할뿐더러, 한번 방문하게 되면 최소 2달은 머무르곤 한다. 최근 방문은 22년 겨울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유틸리티 감면 서비스 혜택을 신청하기 위해 엄마랑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님은 남편이랑 3주 이상 떨어지면 안 된다는 둥~ 남자란 동물은 ~ 등등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엄마가 한차례 또 꺼낸다. 어디 그뿐인가. 어딘가에서 이상한 기사라도 읽게 되면 내게 보여주며, 또 한 번 말씀하신다.  아무렇지 않다가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출렁이게 된다.


이게 정말 안 좋은 거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 득달같이 남편한테 전화를 한다.  혹시라도 전화를 안 받거나 평소 같지 않은 남편의 태도가 보인다면 서운해진다. 아내의 투정을 몰라주는 서운함은 잔소리가 되고,  잔소리는 결국 싸움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렇게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에서 마구 흔들어대면, 부부의 싸움만이 잦아진다.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렇지 않다가도, 서로가 예민해지는 경우가 생기는 거다.   이건 통제 불능이다. 



< 사진출처 : 픽사베이 >


요즘 남편은 식사 후 설거지를 한다. 내가 혼자 가도 될 상황임에도 꼭 함께 따라나선다. 아이 숙제와 공부도 봐준다. 말은 안 하지만 아내인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함께 있지 않아  심리적 유대감이 약해지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미래의 시간을 걱정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 같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안 되니까 말이다. 


< 사진출처 : 픽사베이 >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남자가 함께 등산도 하고, 헬스장도 다닌다. 주말이면 여행 가자고 먼저 제안도 한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러한 것들이 부부간 유대감을 높이고 관계를 강화하는 행동들이었다. 



최근 자녀 유학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유학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한 달 살기 여행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언이지 싶다. 아래는 부부가 감정적 고립이 생기지 않도록 이해와 공감의 자세로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활용예시를 기록해 둔다.




출국 전

- 부부간 공동 활동 취미 생활

- 정기적인 여행

- 공동 목표 수립

- 정기적 소통

- 자녀와 함께하는 활동



출국 후

- 정기적 화상 통화

- 글자를 통한 소통 (이메일, 문자, 편지)

- 적극적 관심 표현

- 공동의 목표 진행상황 공유

-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 




얼마 전 「한 달을 여행 가는 아내」가 걱정이라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예능인 멘트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모든 부부가 빵 터진 장면일 게다.  


< 사진출처:  SBS 런닝맨 >


친정 갈 때 아내가 가장 예뻐 보인다는 남자들의 우스개 말 정도는 애교로 봐주자.  남편과 한 달을 떨어져 지내는데 어떻게 해요? 물음엔 정답이 없다. 부부만이 서로를 잘 알테고 그들만의 방식이 있으니.



부부는 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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