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8월.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항상 운동을 갔는데 오늘은 남편에게 우리 동네 산에 산책을 가자했다.
남편도 나도 걷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동네 곳곳에 산책을 자주 다니는데
오늘 낮에 왔던 태풍이 간 뒤로 날씨가 너무 좋아
지금 산에 올라가면 경치가 무조건 좋겠다 싶었다.
비 온 뒤에는 마당에 잡초를 뽑기가 쉬워
꼭 비 온 뒤에 마당일을 하고 싶어 하는 남편은 산책 전에 잠깐 마당일을 하러 갔고
남편을 기다리다 예정보다 늦게 산책을 시작했다.
노을을 보고 싶었는데!! 투덜투덜거리면서 집 근처 산으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시원한 날씨 덕인지 해가 진 뒤로 컴컴해도 사람이 꽤 있었다.
그래봐야 세네 명이긴 하지만 밤엔 아무도 없으면 너무 무서워서 몇 명이라도 있으면 괜히 안심이다.
태풍이 왔다 가서 나뭇가지와 각종 열매들이 등산로에 널브러져 있었고
거미줄이 잘 안 보여서 온몸에 자꾸 거미줄이 들러붙었다.
그래도 고요하고 아득한 길이 신비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40분쯤 올라가니 슬슬 야경이 보인다.
이 동네에 와서 산지 3년이 되어가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 본 것 같다.
태풍이 미세먼지란 먼지는 다 휩쓸고 간 모양이다.
시력이 더 좋아지는 듯한 개운한 느낌.
밤에 오길 잘했나 봐! 남편 때문에 산책이 늦어졌는데 오히려 너무 좋다.
남편은 사진 찍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먼저 본인을 찍어달라는 적은 잘 없다.
오늘은 먼저 찍어달라는 거보니 남편도 신이 꽤나 난 모양이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360도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왔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봤다.
내려오는 길에는 여기 사는 예쁜 고양이가 우릴 반겨주었다.
올라갈 때도 와서 안기더니 내려올 때는 아예 끝까지 우리를 따라와 주었다.
데려가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너무 데려오고 싶었다. 진심, 차에 타라고 하면 탈 것 같았던 냥이.
어떻게 이렇게나 순한 고양이가 있을까. 너무너무 예뻤다.
간식 들고 또 보러 올게 냥냥!
밤산책 치고는 너무나 황홀했던 날이었다.
여기는 영도 봉래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