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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드람희 Sep 15. 2023

이탈리아 가는 날

2023년 8월 15일

결혼하면 신혼여행으로는 꼭 배낭을 메고 남편 손잡고 유럽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1년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던 다른 신혼부부들처럼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지만 어쩔 수 있나...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남편과 유럽여행을 가야지하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갔다.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하다가 이번에는 유럽을 가봐야겠다 싶었다.

남편은 해외보다 국내여행을 좋아했고 해외여행에 대한 큰 흥미가 없었기에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모든 제안과 계획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나라를 갈지만은 남편에게 결정해 달라 했다.

해외여행에 영 흥미가 없는 것 같아 보여서 나라라도 가고 싶은 나라를 가면

좀 흥미를 느끼려나 싶었다.

그렇게 남편이 고른 나라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였다.

사실 나라를 고른 건 아니고 그냥 지중해를 한번 가보고 싶었다는 남편.

지중해에 위치한 나라들 중에서는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스는 국가부도? 그런 기사들이 보여서 살짝 걱정이 되어

결론은

이탈리아로 가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우리의 첫 해외여행지는 로마가 되었다.

먼 길을 가는 만큼 조금이라도 길게 휴가를 내고 싶었지만

최대한으로 해도 일주일이었다.

맘 같아선 2주는 가고 싶었는 데에ㅠ.ㅠ 안타까운 직장인의 운명.

이탈리아 전역을 다 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일주일 동안 이동만 하다 끝날 것 같았다.

여행을 가면 한 도시만 가더라도 그 도시를 충분히 즐기고 싶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로마와 피렌체 두 도시만 가기로 했다.

한 달 월급이 훌쩍 넘는 돈을 비행기값으로 3초 만에 쓰고 나니

허탈감과 함께 두근거림이 찾아왔다.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어찌 됐는 기분은 좋았다.




몇 달 뒤 한여름의 8월.

각자 배낭 하나씩을 매고 집을 나와

소매치기, 최고기온 40도 등의 두려움과

둘이서 하는 첫 해외여행이라는 설렘을 안고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탔다.



한 시간마다 격변하는 비행기 창문 밖의 풍경이 너무 재미있어서

살짝살짝 창문을 열어 힐끔힐끔 보고 닫았다.

많이 답답했지만 창가좌석을 앉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정말 넓고 나는 정말 작디작은 존재...




12시간의 길고 긴 비행 끝에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탓에 위험하진 않으려나 걱정했는데...

웬걸? 밤 아홉 시에도 식당이며 술집이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멀미 같은 걸 해서 속이 안 좋아 기내식을 거의 못 먹었더니

내리자마자 배가 고팠다.

숙소에 가기 전 간단하게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사람 북적북적한 레스토랑에 갔다.

이탈리아어 몇 개를 혼자 책 보고 외워왔는데

또 웬걸? 한국어 메뉴판을 주네!? 직원분도 한국어를 조금 하셨다.

한국인이 얼마나 여행을 많이 오는 거지...?

피자 비슷해 보이는 걸 시키고 음료도 시켰는데

음료 메뉴판은 한국어가 없어서 그냥 모히또 시켰다가 너무 독해서 못 마셨다.

모히또 에이드인 줄 알고 시켰는데 찐 모히또였어...

간식처럼 먹으려고 했는데 40유로 가까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탈리아 물가 도착하자마자 체감하면서 숙소로 걸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탈리아 도착하자마자 갔던 이 레스토랑은

그냥 여행객들만 가는 그런 레스토랑이 아니었나 싶다.

피곤해서 막 들어가서 막 주문했더니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처음 가본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어서 기억에 깊게 남았다.



많이 긴장한 채 먹었던 로마에서의 첫 식사.

피곤하면서 들뜨고

신기하면서 조심스러운

이탈리아 첫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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