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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드람희 Sep 25. 2023

밤 9시 로마 도착!

2023년 8월 15일

그 이름도 멋진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 로마로 가는 고속열차.

소매치기가 두려워 배낭을 다리사이에 꼭 끼운 채 두리번거리며 앉았는데

옆자리에 사랑스러운 아기천사가 탔다.

할머니와 딸, 그리고 딸이 낳은 손녀였는데 할머니와 엄마가 불러주는 댄스곡에 맞춰

앙증맞은 다리를 굽혔다 펴며 춤을 춰주었다.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창밖의 풍경이 보였다.

저녁 8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었는데도 이탈리아는 아직 밝았다.


기차에서 내려 간단한 요기 후에 빠른 걸음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늦은 밤에도 환한 로마의 거리가 예뻐 조금 걸어보았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로마 밤거리는 너무 재밌었다.

내가 구한 숙소는 로마에 거주하는 한 할아버지의 집이었다.

할아버지는 위층에 살고 계셨고

우리는 아래층을 쓸 수 있었다.


늦은 신혼여행이었지만 축하한다고 써주신 할아버지의 카드와 와인 선물.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이었다.

할아버지는 집 내부와 들어오는 방법 등에 대해 한참 설명해 주시고는

로마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 또 한참 알려주셨다.

너무 귀여우셨던 할아버지.

오랜 비행으로 많이 피곤했지만

로마가 처음인 손님을 위해 이것저것 알려주시는 할아버지가 너무도 고마워서

우리는 귀를 열고 열심히 들었다.

덕분에 주변 맛집과 저렴한 마트, 관광객들이 많이 안 가는 공원도 알게 되었다.


열정적으로 로마를 알려주셨던 할아버지와 눈이 반쯤 감겨버린 남편.

숙소 주방 벽면에 많은 그림과 사진들이 걸려있었는데 모두 이 집과 로마의 과거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는 그림 하나하나가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려주셨는데

그림 7개쯤 넘어가면서는 사실 거의 못 알아들었다ㅋㅋㅋ

이 구역의 도슨트는 할부지!!


내 손바닥만 한 집 열쇠를 받고 할아버지와 저녁인사를 나눈 우리는 드디어 짐을 풀었다.

4일간 지낼 로마의 숙소는 단정하고 깔끔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어도 건조한 기후 덕에 벌레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낮에는 40도 가까이 찍는 폭염이었지만 밤에는 꽤나 시원했다.

에어컨이 없는 숙소였는데 걱정과 달리 딱히 필요가 없었다.

로마는 대부분의 숙소에 에어컨이 없는 듯했는데 일교차도 크고 습도가 낮아서 그런 것 같다.

습기 없는 거 너무 부러워...


목걸이처럼 차고 다닌 남편과 나의 힙색.

짐을 대충 풀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길었던 비행 동안 건조함과 소음으로 제대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로했다.

기절하듯 뻗어버린 로마에서의 첫날밤.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는 것에 감사했고 기분이 좋았다.

마음 편히 깊은 잠에 들었다.

 

새벽 4시? 5시쯤 잠에서 깼다.

시원한 바람이 창문틈으로 들어와 창문을 열어보니 벌써 어둠이 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로마 여행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이 주는 떨림이 너무 좋았다.


"오빠 우리 눈 떠진 김에 일찍 나가보자!"


우리는 로마에서의 알차디 알찬 둘째 날 일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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