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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드람희 Feb 27. 2024

신혼집에 비가 샌다

폭우가 내렸던 주말

우리 신혼집 베란다에 비가 샜다.

신혼집에 들어온 지 2년이 넘었지만 비가 새는 자리는 아직도 비가 샌다.

누수라는 것이 이렇게나 잡기 힘든 것인지 몰랐다.

남편과 내가 사는 집은 30년이 훌쩍 넘은 구옥이다.

일을 시작한 지 2년, 3년 차였던 남편과 나는 모은 돈이라고 해봐야 둘이 합쳐 몇천만 원이었고

우리가 신혼집을 사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대출받아 20평대 전셋집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결혼을 준비하며 남편과 집을 알아보던 중 남편이 조심스럽게 물어왔었다.


"우리 주택에 살아보는 건 어때요?

내가 어릴 때 잠깐 살던 집이 있는데... 할머니께서 사시다가 지금은 아무도 안 살아서 비어있어!

여기선 좀 멀긴 한데... 그래도 부산 안이에요.

거기 고쳐서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까?"


"???"


나는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어서 주택에 사는 것에 대해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주택에 한번 살아보고 싶긴 했지만... 진짜 주택에 살아라고 하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었다.

남편이 어릴 때 살았던 그 주택이 있는 곳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동네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나에게는 여러 가지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집이었다.

하지만 대출을 안 받아도 된다는 엄청난 금전적인 메리트와 잔디 무성한 마당 위 바다가 보이는 그림 같은 작은 집에서의 신혼생활이라는 낭만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무시할 수 없었다.


남편을 따라가 집을 보고 오니 더욱 고민은 깊어졌다.


지하철이 없네... 버스는 있긴 하니까...!

바다가 보이다니... 근데 이 습기는 다 어쩔 거야...?

구옥이라 그런가 구조가 왜 이렇지... 근데 인테리어 잘만 하면 꽤 예뻐지겠다...!

마당에 꽃 심으면 너무 예쁘겠다... 으악 벌레!!!

1층인데 도둑 들면... 너무 무서운데... 근데 엘베안타도 되네...?

끊임없는 걱정과 고민과 혼란과 나.


결국 우리는 남편이 살던 그 구옥에 부부가 되어 들어가 살아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남편은 처음부터 그 집에서 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어릴 때 이 집에 살며 마당에서 뛰어놀고 바다에서 물놀이했던 기억이 너무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언젠가는 꼭 다시 들어가 혼자라도 살아봐야겠다 생각했다고 이 집에 산지 2년이 넘어갈 즈음 나에게 말했다.

남편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나만 몰랐던 거야? ㅇ.ㅇ


우리는 3년 전 이 집의 땅 밑부터 지붕꼭대기까지 대대적인 공사를 했고 신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베란다 천정에선 계속 빗방울이 떨어진다!

보수공사를 계속하면서 웬만한 누수는 다 잡았는데 딱 한 곳이 계속해서 누수가 발생했다.

아직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딱 한 곳의 누수.

지금도 계속 원인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오래된 주택에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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