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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드람희 Oct 11. 2023

40,000보 로마행군의 시작

2023년 8월 16일

본격적인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되었다.

나름 푹 잤다고 생각했지만 눈을 뜨니 새벽 4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남편도 뒤척이고 있었다.

여행 첫날의 설렘과 시차부적응이 겹쳐 쉽사리 다시 잠이 오지 않았고

둘이서 오늘 일정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6시쯤 일어났다.

어제저녁 포장해 온 파니니 비슷한 피자와 숙소에 있는 우유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아침 7시부터 이른 여행을 시작했다.

조금 피곤했지만 그래도 여행의 기대감이 우리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아침 일찍 거리에 나가니 출근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카페들도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었다.

한산한 거리와 적당히 차가운 새벽 공기가 굉장히 상쾌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 아무도 없었다.

일찍 여행을 시작한 김에 사람이 많다고 소문난 트레비분수를 일정을 바꿔 먼저 가기로 했다.

체력 MAX였던 이날 아침. 의욕도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로마의 모든 걸 다 보고 오겠노라.

남편은 가는 길마다 알아먹을 수 없는 표지판을 뚫어져라 보며 "이것도 유적인가! 이것도?" 하며 신기해했다.

아침 7시의 트레비 분수는 붐비지 않아 좋았다. 역시 부지런한 한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엄청난 조각들과 물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유명한 건 다 이유가 있구나...

트레비 분수는 정면도 멋있지만 쭉 돌아가면서 양 옆으로 보면 더 멋있다. 입체감이 더 잘 느껴지는 느낌.

트레비 분수에 소매치기가 많다 하여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안전했다.

앞에 경찰차가 수시로 다니고 있었고 경찰관과 군인들도 몇몇 상시근무 중인 것 같았다.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로마의 주요 관광지에는 대부분 경찰들이 있었다.

덕분에 마음 편히 돌아다녔던 것 같다.

트레비 분수를 뒤로 하고 콜로세움으로 향하는 길에 있던 퀴리날레 궁전.

여기는 이탈리아의 대통령이 거주하는 곳이다. 우리 숙소가 이 퀴리날레 궁전 바로 근처여서 뭔가 숙소를 잘 잡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괜히 안전한 듯한 느낌. 퀴리날레 궁전 앞의 드넓은 광장이 정말 멋있었다.

광장에서는 저 멀리 멋진 바티칸 성당 돔이 보였다.

뷰맛집 퀴리날레궁전.

광장 중앙에 엄청난 오벨리스크도 있었다. 숙소 바로 앞에 이런 곳이 있어서 너무나 놀라웠다.

역시 로마는 대단한 도시야.

퀴리날레 궁전을 지나 콜로세움으로 향한다.

9시쯤 입장하는 콜로세움 티켓을 여행 가기 한 달 전 미리 공식사이트에서 예약해 놓았다.

줄 서서 기다리는 걸 너무나 싫어하기에 가능하면 미리 예약해 두거나 예약 못하면 그냥 안 들어간다ㅋㅋㅋ

역시나 콜로세움 입장권 대기 줄은 오전 9시에도 엄청났다.

시간별로 입장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어서 우리는 예약해 놓은 시간에 편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콜로세움 내부로 입장하고 싶다면 꼭 미리 예약하고 가기를.

콜로세움 앞에는 개선문이 있다. 이것도 너무 멋있다. 그냥 카메라 들이밀어도 다 그림 같은 풍경.

몇 천년 된 유적이 이렇게나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가 있을까.

개선문 앞에서 오래 키스를 하던 커플. 예뻐서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다.

남자가 전쟁 나갔다가 돌아온 줄 알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나만 신기해하고 아무도 신경안 쓰더라. 그 후로도 이탈리아 여행하면서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광경을 많이 봤는데 나와 남편만 놀라고 아무도 신경을 안 썼다.

남 신경 안 쓰고 사는 유럽사람들에게 감동받은 나.

어쨌든 내가 콜로세움에 입장하러 갈 때까지도 계속해서 키스를 하던 커플을 보며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갔다.

콜로세움 내부는 가히 장관이었다. 투어를 하지 않았던 나는 영어를 쓰는 가이드 근처에서 슬쩍슬쩍 귀동냥을 했다. 꽤나 도움이 되는 설명이 들려서 재밌었다. 대부분은 못 알아 들었지만...ㅎㅎ

여행을 오기 전에 이탈리아 관련된 영화를 거의 다 보고 왔는데 콜로세움은 글래디에이터를 보고 오면 별다른 투어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콜로세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에 나왔던 콜로세움을 실제로 보니 엄청난 높이와 크기에 너무나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지은 것인가...


개인적으로 유적지에 가거나 고대 유물을 보는 걸 좋아해서 콜로세움은 그 자체로 너무 재밌었다.

콜로세움을 나오면 바로 근처에 포로 로마노가 있다. 고대 로마의 도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라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 같은 느낌인데 포로 로마노는 실제로 로마인들이 살았던 도심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지금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는 곳곳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8월의 로마 한복판은 너무나 뜨거웠다. 체감 40도. 포로 로마노는 거의 그늘이 없어서 돌아다니다가 그늘만 보이면 모든 관광객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투어를 하는 것도 고통스러워 보일 지경.

너무 더워서 그런지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실 12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직사광선을 받으며 걷는다는 건 지옥불 위를 걷는 것 같았다. 안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았는데... 어떻게든 온 김에 다 보고 싶어서 꾸역꾸역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활짝 핀 등나무꽃이 너무나 예뻤다. 후다닥 찍고 등나무 밑에서 쉬었다.

포로 로마노에서 2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니 슬슬 다리가 아파왔다. 고대 도시도 도시다 보니 정말 규모가 엄청났다. 남편은 더위를 먹었는지 점점 말이 없어졌다. 지친 남편을 끌고 포로 로마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포로 로마노가 모두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오를 때쯤, 남편이 어지럽다며 숙소로 가고 싶다고 했다.


"너무 덥고 너무 많이 걸었어. 이제 숙소 가서 좀 쉬다가 다시 나오자."

"??? 언덕은 올라가서 경치보고 사진도 찍고 와야 하는데!"

"더 이상은 못 걷겠어요. 집에 갈래"

"안돼!! 포로 로마노는 다 보고 가야지!"


첫 의견충돌이었다. 사실 너무 덥기도 했고 너무 많이 걷기도 했다. 숙소를 나온 지 어언 5시간째였고 우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5시간째 계속 걷고 있었다. 로마에 온 것이 너무 신이 나서 더운지도, 다리가 아픈지도 잊은 채 미친 듯이 이것저것 다 보며 질주하던 나는 중간중간 남편의 컨디션을 체크하지 못했다. 모든 일정을 내가 짜놓았기에 남편은 따라오기만 했는데 조용히 잘 따라오던 남편이 너무 힘들다고 한 것이다. 남편이 힘들다 한 적이 별로 없었어서 이번엔 진짜 힘이 드는 것 같아 얼른 숙소로 가야겠다 싶었다.

언덕을 올라 경치를 본 후 후다닥 내려와서 남편과 나는 남은 유적지는 다 패스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남편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을 온 것 같다고 했고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일정에 맞추려고 정신없이 남편을 데리고 다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두 시간 정도 숙소에서 좀 쉬고 컨디션을 회복하고 일정을 다시 짜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오늘 일정의 반도 다 안 본 것이어서 나는 마음이 급했지만 남편은 이 날씨에 모든 걸 다보는 건 불가능이니 천천히 일정을 조정하면서 다녀보자고 했다. 아직 여행이 많이 남았으니 첫날부터 이렇게 무리하면 안 되는 게 맞긴 하다.

숙소에 돌아오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다리가 많이 아팠다. 여행초반부터 너무 많이 걸었나 싶었다.

우린 좀 쉬면서 정신을 차리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 침대에 눕자마자 뻗어버렸다.

아직 가야 할 곳이 너무나 많은데... 다리가... 너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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