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나름대로의 거금을 들여 재테크 강의를 들으며 정신없는 한 달을 보냈습니다.
투자에 대해 큰 생각 없이 적금, 예금만 들어왔던 터라 다소 충격을 받았지만 들어서 나쁠 것 없는 좋은 강의였습니다. 한 달, 30일간의 짧은 강의였지만 부동산 투자에 과감히 뛰어든 친구와 강의에서 만나게 된 얼굴 모르는 파워 열정 초보 투자자들의 모습은 제 마음에 작은 불안함을 심었고 결국 저는 자면서도 아파트가 올랐다니 내렸다니 하며 잠꼬대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만족하며 이사 걱정 없이 맘 편히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온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 지금이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비싸져 절대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 지금처럼 매일을 살다 보면 남들보다 뒤처질 거라는 생각 등 끝없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저의 일상을 차지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집을 하나 사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초조함을 이겨내고자 몇 달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부동산 투자 공부를 꾸역꾸역 이어가던 중, 퇴근 후 노트북을 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공부하면 투자를 하고 돈을 벌어도 끊임없이 불안하지 않을까. 투자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면서 공부할 순 없을까. 조금만 내려놓고 나를 보살피며 천천히 나아가도 되지 않을까.
사실 저는 아파트보다는 땅을 밟고 뛰어다닐 수 있는 주택을 좋아하고 대도시의 번쩍번쩍함보다는 작은 마을의 잔잔함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꿈은 남편과 함께 중정이 있는 2층 박공지붕 주택을 짓는 것이거든요. 좋은 동네, 좋은 아파트에 사는 것도 좋습니다. 더 이루기 어려운 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산이나 바다나 강이 보이는 어느 곳에 제 집을 지어 살아보는 것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참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마도 저는 부동산 공부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아왔나 봅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보았으니 그래도 나중에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날이 오면 좋은 아파트를 고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부동산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뿌듯함과 콩만 한 자신감을 얻었나 봅니다. 조급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요즘도 틈날 때마다 혼자 부동산 공부를 하긴 합니다. 쉬엄쉬엄. 처음 부동산 공부를 시작할 때보다 훨 마음이 편합니다. 부동산에 대해 알아버린 이상 부동산 공부를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제 눈엔 새로 지어진 아파트보다 능소화가 핀 작은 주택이 항상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주변엔 아파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게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이전보다는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저에게는 충분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