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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Dec 21. 2022

행복아 어딨니?

여기 있었네!


 크리스 버카드 글, 데이비드 매클렐런 그림, 『땅이 아이에게』, 이지영 옮김, 북극곰, 2022년 (이미지 출처: YES 24)



표지를 보니

  사람을 볼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책 표지 역시 중요하다. 이 책은 멋진 오로라가 보이는 높은 곳에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어디서 이런 신비로운 빛을 볼 수 있을까? 이 신비로운 오로라에 먼저 마음이 움직였고 <땅이 아이에게>라는 제목으로 보아 자연이 인간에게 뭔가를 말할 것 같은데 무엇일지 궁금한 마음에 처음으로 서평단에 지원했고 운 좋게 선정되어 이번 달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이슬란드로 여행 온 듯한 오로라가 표지에 크게 자리 잡은 이 책은 펼쳐보니 모든 장이 사진 같으면서도 그림 같았다.



여기 이 장면

  아이는 “제 말 들리나요? 행복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묻는다. 땅이 답한다. “행복을 찾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란다. 하지만 길을 알려 줄 수 있지. 정말 행복을 찾아 떠날 거니?” 아이는 “물론이에요.” 자신 있게 답하고 그 길로 행복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러자 땅이 아이를 안내한다. 파도가 머리 위로 아주 높이 솟아오르는 바다에서 아이는 물이랑 조개껍질을 본다. 하지만 행복은 못 봤단다. 언제나 물줄기가 흘러넘치는 폭포에서는 물보라와 이끼를 보았다.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서 아주 아름다운 숲에서는 뿌리와 나뭇잎을 보았다. 붉은 바위가 길을 알려줄 거라는 사막에서는 모래와 돌을 보았다. 봉우리들이 구름까지 닿아 있다는 산에서는 바위와 수풀을 보았다. 빛이 하늘에서 춤추는 세상 꼭대기에서는 얼음과 눈을 보았다. 아이는 바다, 폭포, 숲, 사막, 산, 세상 꼭대기에 이르렀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서 행복을 찾지 못했다.


  아이는 중간에 한숨을 쉬기도 투덜거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성큼성큼 길을 떠났지만 갈수록 힘겹게, 터덜터덜 걸어간다. 결국 이 모든 곳에 갔지만 본 것은 많아도 행복을 보지는 못했단다. 그러자 땅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길을 알려줄 수 있다고 했지, 행복을 찾아준다고 한 적은 없었다. 행복을 찾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래, 무려 행복을 찾는 길에 역경이 없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뒤에 남기고 아이는 걷고 또 걸었다. 이렇게 멀리 와서 많은 것을 보았지만 행복은 아직 보지도 못했고 답답했는지 바닥에 널브러져 앉아 두 다리를 잡고 있다. 다리도 꽤 아프겠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사실 저 모든 곳을 갔다는 게 말도 안 되긴 한다.


출판사 제공 사진 (이미지 출처: YES 24)


  “제 말 듣고 있나요?” 아이가 소리친다. 안 되겠는지 땅은 힌트를 하나 던져준다.

“아이야, 정말 제대로 보았니?”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가 보렴. 그리고 잠시 가만히 머물러 보렴.”

아이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본다. 그리곤 아이는 처음으로 진실을 보았다. 이제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 것이다. 처음에 질문 가득한 두 눈과 달리 이때 아이의 두 눈은 뭔가를 깨달은 듯, 원하는 바를 이룬 듯 반짝인다. 정말 안광이 보인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탐험가의 눈이다. 아이는 따스한 노란 햇살을 맞으며 나무 아래서 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저 멀리를 바라본다. 처음에 이렇게 멀리 와서 많은 것을 보았지만 행복은 보지 못했다고 투덜거릴 때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그때는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그저 내 앞만 보고 있었다면 지금은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이 아이는 혜안을 가졌다. 포근한 노란빛으로 물든 풍경에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으로 이 책은 끝난다. 아이의 긴 여정도 끝났다. 어쩜 지금부터가 이 아이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아이는 행복을 찾았으니.


  각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넘어갈 때마다 “아이는 OO을 남겨 두고 걸어갔어요.”라는 글이 나온다. 파도, 이끼, 나무, 모래, 산봉우리, 모든 것을 남겨 두고 떠났다. 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났다. 이때 “남겨 두고”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남겨 둔다는 말이 어딘가 쓸쓸했다. 남겨 두고 떠난다. 사람은 장소를 옮겨가며 이곳에 갔다 저곳에 갔다 살지만, 그 장소는 남겨진 채로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아이가 다시 그 장소를 찾아갔고 그 과정에서 행복도 찾아 기뻤다. 나도 내가 머물렀던 곳, 좋아했던 곳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가야겠다. 그곳도 어쩜 남겨진 채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이제 아이는 행복을 았다. 아이는 자기 마음속에서 행복을 찾은  같다. 행복은 내가 느껴야 하는 거지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 행복은 조금씩 멀게 느껴지고 막연한 행복이지 않을까? 무엇이 행복일까? 사람마다 다르겠다. 내가 느끼는 행복이라 해서 다른 사람도 행복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럼 나는 어떨  행복할까? 맛있는  먹을 ? 좋아하는  하면서 시간을 보낼 ?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낼 ? 모두 행복인  같다. 행복은 어디를 다니며 찾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정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행복은 어딘가에 있는  아니라 나에게 있는  아닐까? 처음부터 나에게 있었지만 단지 내가 찾지 못한  같다. 내가 행복을 자주 잊어버려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이가 “제 말 들리나요?”라고 땅에 물었을 때, “아이야. 난 항상 듣고 있단다.”라 답한 장면이다. 우리 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할 때도,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생각할 때도 땅이 항상 듣고 있었다. “항상 듣고 있단다.”라는 말이 얼마나 따뜻하게 크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이건 어쩜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 같았다.


  아이가 한참 찾아다니고서 행복을 발견하지 못했을  땅이 아이에게 했던 말이 있다. “아이야, 정말 제대로 보았니?” 처음에 보이지 않던 것들도 다시 돌아가 보면 보이는 순간이 있다.  아이도 다시 찬찬히 곳을 곱씹어 보고서 행복을 찾는다. 눈을  것처럼 말이다.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하며  아이는 행복을 찾았다. 행복해야지. 행복해야지. 행복에 집착하지 말고 행복하다. 행복하다. 느끼면 행복 아닐까? 그러므로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책을 읽곤

  세계 오지를 탐험하며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작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글에서도 광활한 자연이 느껴졌다. 첫 그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디즈니 주인공 같은 그림체라 생각했는데 그림을 그린 작가가 디즈니에서 아티스트로 활약하기도 했다는 걸 보고 역시 그렇군 했다. 장소마다 곳곳에 동물들이 보여 천천히 살펴보며 찾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에 들판 높이 구름에 닿을 듯 나는 새부터 시작해 처음 길을 나설 때는 토끼, 바다에서는 갈매기, 폭포에서는 개구리, 숲에서는 청설모, 사막에서는 도마뱀, 산에서는 쥐, 세상 꼭대기에서는 새가 나온다.


  근데  아이는  하필이면 행복을 땅에 물었을까? 내가 항상  디디고 있는 곳이 땅이라서? 내가 사는 터전인 환경, 자연에 묻고 싶었던 걸까? 자연은 한없이 크고 위대하다. 웅장하고 경이로운 자연을 보면 우린 아주 작은 존재구나 새삼 깨닫는다.  책을 보며    깨달았다. 우린 자연에 살고 자연을 절대 거스를  없는 존재구나. 힘들 때면 복작복작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들어가고 싶다.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에 여행지에서도  자연을 찾게 되나 보다.


  ‘행복’이란 뭘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삶 속 소소한 것들 모두가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걸 한 번 더 깨닫는다. 나도 아직 내 안의 행복을 발견하지 못해 이 아이처럼 행복을 찾아 떠나는 중 아닐까? 사실 행복은 그렇게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찾고 있고 순간순간 이게 행복인가 싶은 것을 맛보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행복이라 여기면 그게 행복이지. 내가 행복이라 느낄 수 있는 것을 찾고 발견하며 살아야겠다. 그 순간을 만끽하며. 행복하게.


   책의 특이한   가지는 그림에 여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의  면을 가득 채우지 않고 주로 둥그렇게 그렸다. 각이  사각형을  채우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끝부분이 희미하게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블러 처리되어 회상 장면 같기도 하고 꿈인  같기도 하고 완성되지 않고 아직 그려지고 있는 그림 같았다. 어쩌면 독자 머릿속에 마음속에 그려지는 느낌으로 그린 듯도 하고 독자가 상상해보는 그림 같았다.  덕분에 나는 이야기가 하늘을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끝나는  아니었다. 책의 뒷부분아이가 다시 돌아가 살펴볼 때는 모든 그림이 그림책을 가득 채운다. 책의  모서리 모두 가득 찼다. 이때부터 아이에게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보인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전에는 그곳 일부만   같았는데 지금부터 광활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출판사 제공 사진 (이미지 출처: 북극곰  출판사 블로그)


  전에는 작은 해변의 잔잔한 파도였다면 뒤에는 정말 “쏴아아소리가 절로 들리는 파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높은 파도를 타고 올라왔다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돌고래도 바위와 해변의 생물들도 여럿 보인다. 전에는 예쁜 청량감이 느껴지는 폭포라 생각했지만, 뒤에는 정말 웅장한 폭포의 모습이다. 세계 3 폭포가 절로 떠올랐다. 곰이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고 독수리가 비상하고 있다. 숲도 이렇게 컸었나 싶을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청설모뿐 아니라 숲속 동물들 사슴, 부엉이, 여우, 새도 보인다. 사막은 바위와 모래가 만들어낸 걸작  자체다. 어떤 역사로 이렇게 깎아 빚은 듯한 풍경이 탄생했을까? 사람이 만든 사람의 때가  것이 아니라 그런지 이곳의 하늘은 예술이다. 동화 같은 거북이와 토끼도 보인다. 산봉우리들은 구름까지 닿을  같다. 나무들은 푸른데 설산인  보면 만년설인가 보다. 야생 양도 보인다. 세상 꼭대기에서 오로라를 본다. 아이슬란드일까? 선명한 초록색 같기도 보라색 같기도 하고 평소에   없는 새로운 색이다. 하늘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는데 정말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춤을 추듯 오묘한 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다면  느낌은 말로 형용할  없겠다. 산꼭대기에 올라 오로라를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도 덩달아 장엄하다.



  정말 처음에  아이가  자연의 모습과 뒤의 풍경은 다르다.  부분에서는 아무 글도 없이 모든 책의 면을 광활한 자연으로 가득가득 채워서 좋았다. 대자연의 모습을 오롯이 눈에 담으며 즐길  있었다. 경이로운 대자연을 마주했을  아이의 모습은 한없이 작아 보였다. 마치 자연 앞에 인간은 매우 작은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듯. 뒤에서 진실하게 마주하는 자연의 모습들에는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가 등장했다. 마치 하늘이 이렇게나 넓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같았다. 책의 면을 차지하는 그림의 크기와 형태의 차이로 이렇게 깨달음을 주는 부분이  그림책의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아이들과 이렇게

   땅은 처음부터 정답을 말해주지 않았을까? 아이가 투덜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아이가 스스로 깨닫길 바란  아닐까? 나는 아이들과 수업하며 가끔 후회할 때가 있다. 이건 이렇게 발문했으면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낼  있었겠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있게 기다렸어야 했는데. 나의 인내가 필요했음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내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정답을 찾을  있도록 옆에서 길을 안내하고 인내하는 사람임을 되새긴다. 성격 급한 나로서는 아직도 많은 수양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나는 어떨  행복해요!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떨  행복할까? 우리는 항상 행복을 바란다. 행복을 바라고  바라며 기다리지만 행복은 나에게 찾아오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찾아 나서야 하는  같다. 그냥 지나치는 하루도 내가 행복했던 순간을 찾아보면 분명  안에 행복이 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으니 그냥 흘러가는 시간으로 여기지 말고 행복의 순간을 찾아보자. 그렇게 행복을  찾아내고 부여잡아 쉽게 지나치지 말자. 그럼,  행복이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글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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