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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Mar 18. 2024

부정적인 감정의 스펙트럼

저는 매번 제가 '화났다'라고 퉁친다는 걸 알았습니다?

갑자기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전후 인과 관계가 분명하다면 대면하든 회피하든 대처를 하겠지만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열이 뻗치기 시작하면 곤란합니다. 그럴 때면 하루를 곱씹어 봅니다. 이미 열받아서 곱씹는 걸 오래 하지도 못하고 생각은 감정에 갇혀 맴돌기만 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는 저를 들여다보니, 저는 매번 제가 '화났다'라고 해석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왜, 뭐 때문에 화가 났지? 누가 그랬지?’. 용의자를 찾아 나섭니다. 언제나 후보 1번은 저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 하지만 돌아보면 딱히 감정적인 상황이 없었습니다. 후보 2번은 카페인, 호르몬 아니면 날씨,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고는 또 갸우뚱합니다. 후보 3번은 저와 최근 교류한 다른 사람들입니다. 여전히 그럴만한 상황이란 없습니다. 그래도 꼬리를 물어보려고 경험과 감정을 마구 헤집어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 화가 났지?’


오늘 문득,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화가 난 게 아니었으니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게 아닐까. 감정이 동요하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감정 역시 다양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는 감정이 없다 보니 ‘화났다’로만 상황을 해석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거죠. 부정적인 감정은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도요.


ai에게 '부정적 감정의 종류'를 물었습니다.


어떤 감정은 강도가 적어 잠깐 일어났다가 사라지며 일상생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사람들과 부딪혔을 때, 대화하는 상대의 말투가 조금 거슬릴 때, 카페에 자리가 없을 때 느끼는 조금 불편함(slight discomfort)이나 약간 짜증(mild irritation)이 있고, 잔뜩 기대한 음식이 맛이 없었을 때 느끼는 약간 실망(mild disappointment)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작은 일이 일어나거나 티격태격한 상황들이고 일반적으로 금방 까먹습니다.


조금 더 영향을 주는, 그러나 여전히 오래 남아있지 않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 말을 끊을 때의 불편함(discomfort), 동료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내가 영향을 받는 짜증(irritation), 시험 결과가 예상보다 안 나왔을 때의 실망(disappointment) 등이 그것입니다.


그보다 더 강한 강도로는 심한 불안, 불편, 고통을 경험하는 불쾌감(distress),  강한 적대감을 느끼는 분노(anger), 깊은 우울함을 경험하는 슬픔(sadness)이 있을 것입니다.


가장 강한 강도에는 극도로 심한 불안, 불편을 느끼는 고통(Agony), 극도로 강한 적대적인 감정을 느끼는 분노(Rage),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감정인 절망(despair)이 있습니다.


'화'는 분노에 가까운 감정입니다. 어쩌면 저는 조금 불편한 감정도 '화가 났다'라고 불렀던 건 아닐까요. '조금 화가 났다'정도로 생각했더라도요. 마치 음식의 종류를 잘 몰라 '맘마'라고 퉁치듯이요.


사람마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정도, 참을 수 있는 역치는 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부정적 자극을 10점 만점에 5~6점부터 시작하는 건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 감정을 억제할 필요는 없지만 감정이라는 게 단계가 있다는 걸, 그 각각에 분명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아두는 건 나를 돌아보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정을 알면 강도가 낮은 감정에 머물러있지 않도록 노력하고 강도가 높은 감정은 벗어나기 위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감정은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요. 자기 자신에게 감정을 속일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일에 진짜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역시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작은 일에 작게 불편하고, 큰 일에 크게 동요하는 근육을 키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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