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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닉사라 May 15. 2023

미얀마에서 건너온 희망의 속삭임

미얀마와의 인연

우리집에 동자승 조각상이 하나 있다. 

5년전 미얀마에 여행하는 동안 앤틱 소품샵에서 산 나무조각상이다. 

사실인지 확인할 바 없지만 100년 가까이 되는 골동품이라며 가게주인이 침이 마르도록 조각상 자랑을 하였다. 


시계가 없던 옛날, 동자스님이 시주하러 마을에 내려가기 위해 하늘에 떠 있는 해의 위치를 보며 

시간을 가늠하는 모습이라며 그 조각상에 대한 스토리도 얘기해주었다. 


무엇보다 동자승의 온화하고 해맑은 표정에 마음이 이끌렸다. 

결국 그 동자승 조각상과 함께 집으로 돌아 왔다. ^^


우리집 서재에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그 동자상을 가끔 쳐다보고 있노라면,

동자승의 설렘과 행복한 기다림에 나도 모르게 희망이 차오름을 느낀다. 


미얀마 여행 후 함께 돌아온 동자승 나무조각상


이렇게 미얀마와 인연을 맺게 된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여행 당시 일정 대부분을 수도 양곤에서 소화했는데, 

그 덕분에 도시 군데군데를 여유있게 돌아다니며 볼 수 있었다. 

수도라고 하더라도 일부 중심지역을 제외하고는 개발이 덜 된 곳이 많았다. 

현대적 빌딩 사이사이에, 사진에서 본 듯한 한국의 60-70년대 낙후된 모습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허름한 주택가들이 눈에 띄고, 도시와 지방간에 생활이나 경제수준의 격차가 심하다는 것이 쉽게 짐작이 되었다.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움과 웬지 모를 인간미가 묻어나는 수도 양곤.

5백만명이 넘게 사는 대도시임에도 사람들에게서 때묻지 않은 순박함과 인정이 느껴졌다. 

거기서 몇몇 현지 사람들과도 알게 되어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그 중에 한 미얀마 아가씨는 현지에서 안내와 통역을 도운 고마운 사람이다. 

미얀마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부업으로 케익을 만들어 파는 생활력이 대단한 젊은 아가씨이다. 


그러던 어느날, 작년 늦가을 쯤인가, 그 아가씨에게서 대뜸 연락이 왔다.  

유럽에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며 취업자리를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해 왔다. 

청소일이든 식당일이든 뭐든 하겠다고 말이다.


코로나 초기에 부모님 두분 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고 한다. 

뒤이어 형제들도 코로나로 속절없이 목숨을 잃게 되면서, 그 아가씨가 겪었을 극심한 상실감과 비통함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 여기에 더해 새로 들어선 정부의 폭정으로 앞날이 깜깜하다고도 한다.


실제 미얀마는 최근 쿠데타로 들어선 군부정권으로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억압적인 정치와 인권침해 사태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국제적으로도 고립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계속된 식량 부족, 인플레이션으로 미얀마 사람들의 생활은 어려워만 가고 있다고 한다. 

(기사 참조 : 미얀마 관련 연합뉴스 기사)


그 아가씨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둥바둥거리지만, 암담한 현실. 거기에 더해 고독함까지...

폴란드 관청과 아는 지인들을 통해 외국인 취업 관련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폴란드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 노동허가를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데, 

이웃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폴란드 관련 행정국이 업무 마비일 정도라고 한다.  

더군다나 미얀마에는 현재 폴란드 영사가 없는 상태이고 군부정권의 제재로 인해 입출국 관련 수속이 원활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 아가씨 나름대로 태국, 베트남 등 인근국가로의 취업이주를 살펴본 모양이었다.  




올해 초 어느날 전자 청첩장이 도착해 있었다. 

미얀마의 그 아가씨에게서 온 소식이었다. 

오랫동안 사귀어 온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미얀마에 남기로 했다면서... 

미얀마의 현실은 아직도 답없는 갑갑한 상황이지만, 

장차 미래의 기둥이 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생으로

남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었다.

그 아가씨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행복을 기도하였다.


그날따라 동자승의 얼굴에 그 아가씨의 다부진 결의와 미소가 중첩되어 떠올랐다. 

하늘을 우러러 보는 얼굴과 시선에서 웬지 혹독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미얀마 사람들의 기개가 느껴졌다. 


희망이 살 길이다…  


  

쌀바구니를 들고 시주하러 나갈 시간을 체크 중인 동자스님의 모습에서 때를 기다리는 여유와 희망이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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