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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Sep 01. 2022

Creative Writer로 일하기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필요한

'근데 Creative Writer는 무슨 일을 해?'

주변 사람들에게 직업을 이야기하면, 보통은 이런 질문이 되돌아온다. 종종 이런 대화는 원치 않는 직업 설명회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유연하게 바꿔서 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책을 과하게 소비한 달에는 Copy Writer라고 말하고 (소비도 내 직업의 일부라고!),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의 친구가 가게를 여는데 이름을 좀 지어달라고 하면 UX 라이터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정말 드물게도 나를 Copy Writer라고 알고 있는 친구 한 명과 UX Writer라고 알고 있는 친구 한 명. 이렇게 셋이 식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친구 둘은 나의 직업적 정체성에 대해서 엄청난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무력하게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맞다'라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고, 점점 그들의 감정은 격해지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나는 명함을 꺼내 그들에게 Creative Writer라고 당당하게 밝히고자 했으나 명함에는 Contents Writer라고 적혀있었다. 결국, 모든 우정에 금이 와장창창 가고 나는 그 아픔으로 한강을 달렸더니 달리기 속도가 빨라져 초등학교 앞 과속 카메라에 걸렸다는 슬픈 이야기.


몇 가지 거짓을 빼면 그럴듯한 이야기인데, 마지막 줄을 빼면 또 틀린 말도 아니다. 앞으로 혹시나 누군가 Creative Writer에 대해 궁금해할지도 모르니, 우정에 금이 갈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적어본다. 


1. UX Writing

번개장터의 유저 경험을 개선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안하는 역할.  앱 내 서비스들을 더 쉽게 안내하고 매끄러운 유저 경험을 위해 텍스트를 다듬고 제작하는 일을 한다.

번개장터의 일관된 목소리를 위해 보이스 앤 톤과 페르소나를 정한다. 


2. BX Writing

크게는 번개장터의 비전과 미션 작게는 번개장터 앱 내 기획전이나 이벤트까지. 번개장터의 철학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번개장터의 새로운 서비스나 공간의 네이밍을 맡는다. 번개장터의 구성원들이 업무에 참조할 수 있는 글쓰기 가이드라인도 BX Writing에 속한다. 


3. Contents Writing

번개장터 관련 콘텐츠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번개장터 관련 콘텐츠의 아이데이션부터 함께해 더 나은 브랜드 경험을 선사한다. 

팝업 스토어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의 아이데이션도 여기에 포함된다. 

피그마에 정리된 CW팀 업무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크리에이티브한 시각으로 번개장터 브랜드와 애플리케이션이 갖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직무’라고 할 수 있겠다(담당 업무를 쭉 적고 나니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비록 눈물을 흘리면서 고민하더라도, Creative Writer라는 직무가 꼭 필요한 일임에는 변함이 없다.

텍스트는 어디에나 꼭 필요할테니까. 이런 자부심과 조금의 부담감을 안고,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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