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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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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Jun 08. 2016

건강한 식사의 충분조건

禁酒 Day 53

    20160607


    한 끼의 "건강한" 식사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정성이 필요합니다.


    가급적이면 농약을 적게 사용하면서 건강한 방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노력은 건강한 밥상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음식물 재료를 가공해서 제품을 만드는 사업을 하시는 분들 역시, 내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정성스럽게 만든다면 그 또한 건강한 식사에 커다란 공헌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우리 어머니들과 아내들의 수고와 정성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건강한 식사는 이 분들의 손끝의 수고와 손맛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모두 감사합니다.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대단한 음식을 먹은 것은 아닙니다. 메뉴가 단출한 작은 식당에서 와인 한 병을 나누는 식사였습니다. (물론 제 잔에 따른 와인은 다른 친구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대개의 한국인의 식사가 그렇듯이 먹는 일에 필요한 시간은 십오 분도 남습니다. 우리는 저녁 내내 먹으며 대화했습니다. 아니, 대화를 하다가 중간중간에 먹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추억들은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버무려졌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잠을 다 자면서 공부 잘했다는 등의 전설의 자화자찬들은 스파게티와 리조토의 양념이 되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살아온 인생 드라마들은 와인 향의 깊이를 더합니다. 얼굴에 주름 한 줄이 더해지도록 웃게 만드는 개구쟁이 시절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고, 누구누구는 어땠더라는 추억의 유언비어도 약방의 감초입니다. 사십 년 가까운 시간의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우리들의 대화는 끝이 없습니다. 모닥불을 피워 놓았던 대성리에서의 MT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속은 더 편안했습니다. 주고받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먹느라 천천히 먹었고, 먹다가 대답하고 맞장구치느라 틀림없이 침도 고루 섞였을 겁니다. 한 입 먹고 떠드느라, 위장으로 내려간 음식들이 다음 한 입이 들어오기 전에 자리를 잘 잡았을 겁니다. 모자란 듯한 와인 한 병은 부드럽게 위장을 감싸며 자극했을 겁니다. 식사 후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우리들의 어깨와 마음에 쌓였던 인생의 먼지와 무게들을 털어냅니다.


    더없이 편안하고, 그래서 아주 "건강한" 식사였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대화" 덕분이었습니다. 건강한 식사를 완성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바로 "건강한 대화"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 간단한 사실을 자주 잊고 삽니다. 출근하느라 바빠서 아침은 헐레벌떡 먹고, 일이 바쁘면 점심은 김밥으로 혼자 먹고, 집에서 저녁을 할 때면 야구경기 보면서 먹고...... 오늘부터 건강한 식사를 위해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 "禁酒日記"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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