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기장을 본 딸

들어가며

by 간히

내 초음파 사진을 발견했다. 그다음 장에는 어린 나를 바라보며 찍힌 앳된 모습의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이 사진 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지금과 달리 꿈도 많아 보이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이쁘고 당당한 여자였다. 결혼을 하고 친정에 가서 이것저것 생필품을 쓸어 담아 가고는 했는데 그때 서랍장 한편에서 아주 얇은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결혼을 한 후 엄마 생각이 자주 나고는 한다. 이 가정을 어떻게 지켜내고 그 비참한 시간들을 버텨온 걸까 상상할 수 없는 희생을 하고 어떤 눈물을 매일 같이 흘리며 하루를 버텨 지금을 쌓았을까 내가 임신을 한 후 유독 힘들었던 어느 날 엄마의 일기장을 펼쳐 읽어 보았다.


정말 엄마는 무엇일까 모든 엄마들은 엄마가 처음인데 어떻게 자신을 버리고 자식에게 모든 걸 내주며 이렇게 키워내서 우주가 되어주고 전부가 되어 줄 수 있으며 해준 것도 없는 못난 나에게 평생을 짝사랑하듯 맘 아프게 나만 바라보고 기다릴까 내 연락 한통에 기분이 좌지우지하는 우리 엄마 늦은 저녁 전화에 걱정되어 달려가 전화기를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냐 묻는 우리 엄마 왜 입 밖으로 내면 그 고맙고 따듯한 마음이 짜증으로 변질되는지 사랑한다 한 마디에 방방 뛰고 소녀처럼 웃는 엄마인데 그거 하나 어렵다고 미루다가 잘 안 되면 덥석 성질부터 내버린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 아파지는 우리 엄마의 모습 잠 한숨 편하게 자지 못하고 약한 몸으로 내 동생과 나만 바라보며 사는 불쌍한 우리 엄마 일기장에 휘날리듯 적힌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똑똑하니까 잘할 거라는 말과 딸이 내는 짜증에는 짬이 생겨서 괜찮다는 문장을 보니 함부로 뱉은 내 짜증이 민망할 정도로 창피해서 한참을 울었다.


자취를 하고 자주 걸지 못한 전화 어느 날 걸려온 내 전화에 왜인지 오늘따라 딸 전화가 어색하다고 통화 목소리는 어두워 보여서 걱정이 된다고 아침에는 기분이 좋았는데 집에서 보니 우울해 보인다고 이번에 만난 남자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힘들까 걱정이라고 적어둔 엄마의 일기장은 내 이야기로 가득해서 공책을 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몇 번이라도 더 자주 연락하고 표현도 잘하고 짜증도 덜 낼 걸 못난 나 같은 딸 가진 엄마에게 미안했다.


언제나 내가 잘되길 빌고 어디서나 내 생각을 하는데 나는 왜 소홀했을까. 절에 같이 가자고 할 때 화내지 말고 같이 갈 걸 집에 오랄 때 한 번 가서 이야기라도 할 걸 후회되었다. 엄마 일기장 하나도로 오열을 하는데 엄마 인생을 내가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면 가슴이 찢어지겠지 다음엔 결혼도 하지 말고 엄마 인생 하고 싶은 거 멋진 일 다 하면서 예쁜 여자로 살아 엄마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하지 말고 나 자체로 살아서 행복하게 웃으면서 지내 못난 자식도 자식이라고 소중하고 이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우리 엄마 이제 50대 중반 되어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말하며 내가 뭐하는지 항시 궁금해 전화 걸어 묻는 우리 소녀 같은 엄마


나를 위해 일기를 더 써줘 앞으로 속으로 울지 말고 이제라도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엄마의 일기장이 내 시발점이 되어 계기가 되고 목표가 되었어. 나도 엄마 같은 엄마가 될 거야. 사랑해 주고 한 시도 빠짐없이 마음에 품어주는 따듯한 사람이 될게 엄마한테 배운 것처럼

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