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추억을 가져다 준 남색, 포도같은, 동그라미 열매
어머니밭에왔다.
블루베리밭에 들어갔다.
뜨거운 여름이되니 블루베리 열매도 속속히 까맣게 익어가고 있었다.
’맛있는 잘익은 블루베리를 따야지‘ 하고 열심히 따기시작했다.
잘익은 블루베리를 따기도하고 먹기도 하면서 서서히 어떤게 잘 익은건지 눈으로 손으로 익혀갔다.
’꼼꼼하게 따보자‘ 하면서 왼쪽 오른쪽 블루베리나무를 샅샅히 살펴보며 한 알씩 소중히 따냈다.
누가봐도 익은걸 모두 잘땄다고 말이 나올만큼 제대로 하고싶어 진지하게 수행했다.
엄청 매진하고 있었는데 어이없는 상황을 마주했다.
걸어온 자리를 뒤돌아보니 여전히 익은 블루베리가 여럿 보이는것이 아닌가.
최대한 익은건 다 따보자 한건데도 뒤돌아보면 여전히 딸게 남은것이다.
내가 분명히 열심히 눈알 굴려가며 잘 찾는다고 했는데 민망하게도 까맣게 잘 익은 블루베리들이 여전히 보였다.
정말이지 공을들여 하나하나 살펴봤다고 자부할만큼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블루베리 바구니가 있는곳으로 뒤 돌아 걸어가는데 잘익은 블루베리가 뿅뽕 있는것을 보고선 블루베리가 숨어있다 나온건 아닌가 하는 재미난 의심을 했다.
'아니면 그 짧은 몇시간사이 더 익어버린건가'
이렇든 저렇든 블루베리 수확을 완벽하게 한다는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밭의 익은 블루베리를 모두 수확할거라는 완벽함은 얼른 버렸다.
다만 블루베리밭에선 다각도로 스캔하는것이 숨은 보석을 찾아내며 그나마 놓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뒤돌아보고 측면에서도 보고 몸을 낮춰도 보고 이리 빼꼼 저리빼꼼 구석구석 보니 내가 못따고 온것도 제법있었고 생각보다 잘익은것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그러다가 왕건(?) 이라도 발견하면 너무 신이났다. 참고로 블루베리 알이 크고 잘 익은것은 달고 맛있다.
엄마들끼리 열매라도 따러가노라면 흥얼거리며 즐겁다고 하시는 말씀이 이해되는 시점이었다.
하는 만큼 얻고 보람도 되다보니 딸게 많을수록 욕심도 많아졌다.
딸게 많다는것은 익은게 많다는것이니 신나게 바구니를 채우는게 좋아서 하나라도 더따게된다. 한바구니만 딸걸 바구니 하나 더 달래서 채우다보니 내가 따는게 블루베리인지 포도인지 구분이 안될지경으로 매진하는 날 발견했다.
그렇게 두시간을 하다보니 덥기도하고 벌레랑 실갱이하고 식사시간도 지나버리면서 살짝 어지러움도 느꼈지만 기어코 두바구니까지 꽉 채우고 나서야 블루베리밭에서 벗어났다.
‘이젠끝났다!’ 하면서 실제론 수확을 끝내지못한 아쉬운 밭을 뒤로하고 찝찝한 몸을 씻으러갔다. 몸을 헹구면서 눈을 잠시감는데 두시간동안 열심히 쳐다보던 블루베리 알알들이 눈앞에 선했다.
당황스러워서 다시 몸을 행구며 눈을 감는데 또 블루베리 검정알알들이 떠올랐다.
정말이지 웃기고 난리다.
게임을 오래해서 눈을감아도 그 게임이 떠오른적은 있다만 블루베리따고나서도 이런적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블루베리 수확도 중독일 수 있나'
블루베리고 뭐고 남색 동그라미만 주구장창쳐다봤더니 바구니에 담은게 아니라 다 내눈에 담은것 같았다.
블루베리 수확이 별것 아닌 듯 별 추억이 되버렸다.
블루베리를 따기시작해서 끝날때까지 내내 여러 생각과 상황을 마주해서 그런것 같았다.
이 많은 블루베리를 어떻게 먹을까 고민이 된다.
'요거트에 블루베리를 넣어 먹을까'
'블루베리 쨈을 만들까'
블루베리쨈을 만들 생각을 하니 설렜다.
블루베리 반 설탕 반 넣고 보글보글 끓여볼테다.
블루베리잼을 완성해가며 그 우스운 상황들을 또 한번 꺼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