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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비 Jan 18. 2023

평온해지고 싶은 날

흐르는 것들

땅에서 씨앗이 싹튼다. 

촉촉한 흙을 비집고 올라온 싹들이 싱그러운 첫 잎을 펼쳐낸다. 보드랍고 단단한 흙을 움켜쥐며 자연스럽게 내 몸은 땅으로 돌아간다. 경계가 되었던 내 표면은 이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감각의 성체가 된다. 한계점에서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무의 시간. 그렇게 자연의 상태로 돌아간다. 

그것들을 느끼는 감각. 

나를 느끼는 감각.

바라봄. 

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이 내가 될 수 있다는 그 확신. 

자연의 것들은 끊임없이 흐르고 움직이고 변한다. 감정도 그렇게 흐르도록 내버려두자. 바라보자.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부자연스럽게 막아 두던 장벽을 조금만 여는 순간 감각은 흐르기 시작하고 내 안의 있는 것들은 다시 움직이며 균형을 찾아간다. 방향을 정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흐르며 제 갈 길을 찾아간다. 균형은 자연스러운 것.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안전한 것. 나의 몸과 나의 정신도 그렇다. 억지로 바꾸려 할수록 안전해지지 않는다. 바라보자. 어느 방향으로 흐르던 잡지 말고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자.


우리들은 모두 땅에서 태어나서 하늘을 보고 물이 흐르는 감각을 느끼지 않나? 자연스럽고 충만한 삶을 바라는 존재들이 아닌가? 자유로워지고 싶은 열망이 있지 않은가? 왜 가슴 안에 있는 우주를 꽁꽁 숨겨두고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릴까. 

몸과 정신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지켜보자. 억지로 막아 두었던 둑을 열고 다시 평온해지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 나의 우주다. 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그 확신. 치유되는 존재라는 희망이 작은 잎을 터뜨리며 나만의 우주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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