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돌려주세요.
5월, 5월은 아주 끔찍한 달이다.
3월은 새학기, 4월은 학부모면담으로 쉼 없이 보내고 아이들과 조금 적응할까 싶으면 행사가 쏟아진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체육대회, 기타 공모전들이 준비된다.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을 위해 놀이기구 대여부터 시작해서 선물포장, 기똥찬 게임 아이디어를 쏟아내어 주문하고 준비하고 진행하고 회수해야하고 어린이날이 끝남과 동시에 어버이날을 준비하며 학부모님들께 감동을 주기 위한 편지와 카네이션을 만든다. 카네이션은 연령에 따라 종이접기 방법을 난이도별로 나누어 접기도 하지만 같은 방법이 매년 반복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관리자에 의해 매년 다른 재료와 방법의 카네이션을 만든다. (예를들면 효자손 카네이션, 카네이션 머리띠, 카네이션 화분, 꽃다발 머리띠 등등등....)
스승의 날에는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다.
다행히 학부모에게, 그러니까 가정으로 발송되는 것이 없다.
대부분의 유치원에서는 김영란법에 의해 교사에게 개인적으로 제공되는 선물을 받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접어온 카네이션이나 짧은 편지들은 기쁘게 받아 소장한다.(아닌 곳도 있다.)
그런데 스승의 날을 앞둔 교사회의에서 당황스러운 이야기가 나온다.
원장님께 뭐해드리지?
원장님은 우리 스승이시잖아~
원장님/원감님해서 두 분께 꽃다발이랑 다과 같은거 어때? 편지도 써야지?
다과세트, 캔들, 꽃다발, 화장품, 과일, 손편지, 케이크, 액자 등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
원장님과 원감님... 우리의 관리자들을 위해서,
교사 수가 많으면 다행이지만 교사의 수가 적으면 나눠 내는 돈의 비중이 높아진다.
어디 스승의 날 뿐이던가?
아직도 명절이나 생일, 환갑 등 개인적인 기쁜 날에도 교사가 동원되어 축하하는 경우가 넘쳐난다.
인간 대 인간으로 기쁜 마음을 주고 받을 수는 있으나 나는 내가 축하해드린 분들께 되돌려받은 일은 극히 적으며 대부분의 교사들은 돌려받는 일이 없다.
(경험했던 어떤 모 원장님은 교사의 생일에 꽃다발을 직접 본인의 돈으로 구매하여 선물하고 생일을 축하해주셨었다.)
지난 추석에도 친한 교사의 이야기를 듣다 잠을 청했다.
추석 때 돈을 모아 명절 선물을 드리기에는 평교사들의 눈치가 보인다는 중간관리자 의견에 의해 쿠폰을 만들기로 했다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원장님에게 드릴 쿠폰을 하나씩 생각해오라 했다며...
친절하게 예를 들어주며 체력이 좋은 교사에게는 '안마해드리기' , 일처리가 정확하고 꼼꼼한 교사에게는 '어떠한 공모전 참가하기' 등.... 친절하게 배정도 해주셨단다.
아직 갈길이 멀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