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의 시작
팀원들을 모았으니 이제 프로젝트를 시작할 차례이다. 이때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 '함께'했다. 시작하기 전, 만약에 '지역사회 참여를 위한 대학생-청소년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하고 싶은가? 와 같은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은 청년, 청소년 둘로 나눠서 총 2개의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 대상 수요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수요조사에서 86명의 학생 중 39명인, 45.3%가 "참여할 의향이 있다" 라고 답하여 이제 진짜 프로젝트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섰다. 나는 수요조사가 프로젝트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여도 수요조사를 안 하고, 즉 대중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면 참여자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조사를 꼼꼼히,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진행했던 것 같다.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이제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래서 보은 내에 있는 공간들을 미친듯이 찾아냈다. 공공기관도 알아보고 도서관도 알아봤는데 모두 주말, 평일 저녁에 운영하는 곳은 없었다. 그런데, 마침 청소년문화의집 2층에 증축 공간이 있는데 두달 뒤부터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공간을 무조건 사용해야겠다 싶어서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그 당시 나는 청소년참여위원회의 위원장이었는데 위원장 신분으로 주민복지과에 공문을 보내서 그 공간을 사용하게끔 해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안전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다른 청소년지도사 선생님께서 청소년문화의집이 닫는 시간까지(20시) 있어주겠다고 하셔서 가능하게 됐다. 내가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이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우리는 활동을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마련한 공간은 이렇다. 그랑 팀 다섯 명이 회의 및 작업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이 다음에는 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포스터와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온/오프라인에 걸쳐 홍보했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했지만, 참여율이 저조해서 방법을 바꾸었다. 바로 '지인 전략'이다. 지인들에게 모두 연락하여 이거를 홍보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또한, 지인을 통해 각 중학교, 고등학교의 회장, 부회장들에게 연락을 돌려서 각 반톡에 홍보글과 네이버 폼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다음에는 웹 포스터를 인쇄해서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카페, 도서관, 공공기관 등에 허락을 구하고 부착했다. 심지어는 지나가는 중학생에게 홍보해서 신청한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확실히 수요조사와 실제 참여율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인을 조사해봤더니 '학원 혹은 다른 일정으로 인한 시간 문제'가 제일 컸다. 그래서 시간은 다 모집된 다음 유연하게 바꿀 예정이라고 말하며 홍보했었다.
그렇게 청소년 15명, 청년 7명이 모집되었다. 그런데, 모집되는 과정에서 시사점이 있었다. 청년은 많이 모집되었는데 청소년들은 모집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혜택' 문제이다. 청년들은 봉사시간이 주어지는데, 청소년은 딱히 무엇을 받을 수가 없다. 청소년에게 물어봤더니 "학원 때문에 못해요. 근데 생기부에 들어갔으면 학원 빼고 갔을 것 같아요." 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청소년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생활기록부 기재 문제' 때문이었다. 이 말을 듣고 대한민국의 청소년이 처한 현실에 대해 더욱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 모집이 된 다음에는 '청년 워크숍'을 진행했다. 디자인, 디저트, 서포터즈 팀 모두 충북 보은이라는 지역사회에 관한 활동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 보은을 더욱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청년들을 퍼실리테이팅 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 순서는 이렇다. '동그랑 프로젝트 설명 - 지역사회 이해하기 - 마인드맵을 통한 보은 콘텐츠 찾기'였다.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친밀감을 형성하는 시간이 있어야 했는데, 20대 대학생들을 앉혀놓고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게 매우 부자연스러워서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없이 진행했다. 워크숍에서 유용하게 쓰인 건 '매직, 전지'이다. 의견이 있으면 발표하는 형태 보다는 의견이 있으면 직접 마인드맵에 작성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마인드맵에 작성하고 내가 계속 질문을 던져서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그 후 디자인, 디저트, 서포터즈 팀에 각각 어떤 대학생이 들어갈지 정하는 시간을 갖고 팀별로 나뉘어서 활동 계획을 러프하게 작성했다.
이 다음에는 청년만이 아닌 청년-청소년 워크숍을 진행했다. 취지는 '향후 계획 수립, 네트워킹'이었다. 팀별로 나뉘어 청년 워크숍 때 했던 '지역사회 이해하기, 마인드맵을 통한 보은 콘텐츠 찾기' 활동을 내가 아닌, 각 팀의 대학생들이 진행하게 했다. 대학생들은 청소년과 앞으로 3~4개월 동안 무엇을 할지 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청소년에게 "너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 묻지 않는 것이다. 마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나에게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를 묻는 것과 똑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이런 어려운 질문은 지양해달라고 대학생들에게 사전에 공지했다. 워크숍을 통해 모든 팀은 1회기 날짜를 정하고, 월별 계획을 러프하게 정했다.
제일 크게 느낀 것은 '청소년의 시간 부족 문제'이다. 프로젝트를 하자고 권유하면 "저 바빠서 못해요.", "학원에 매일 가서 못해요."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정말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하는 청소년이 있었는데, 결국 학원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신청하지 못했다. 청소년은 평일에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학원을 가서 수업을 듣는다. 남이 기획한 것을 듣는 것은 많이 하지만, 자신이 무언가를 기획해보고 실행해보는 기회는 매우 적은 것이 청소년들의 현실이었다. 반면, 프로젝트에 지원한 청소년 15명은 학원에 안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친구들 중 일부는 "주말에 할 게 없어요. 동그랑 때문에 할 게 생겨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지역사회 내에 '소득 격차 문제'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