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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지 Jul 25. 2023

요즘 고등학생의 진로상담이 어려운 이유

경험의 기회 부족


  대학생들만 자아/진로 탐색 상담을 하다가, 이것이 청소년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여 고등학교 1학년 3명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과를 도출할 수 없을 만큼 이들의 경험이 부족했다. 자아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지난 활동들을 되돌아 보면서 내가 어느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경험 자체가 없으니 자아를 탐색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물었다. “학교 끝나면 뭐해?” 청소년은 대답했다. “학원 갔다가, 집 가요.” 나는 다시 물었다. “학교에서 수업은 열심히 듣는 편이야?” 돌아오는 대답은 “전혀요. 학원도 솔직히 왜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시간만 보내다 와요.” 이와 같다. “학교에서 동아리 같은 건 몇 개 정도 해??”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음… 기억이 진짜 안 나는데… 아! 방송반이요. 아나운서 해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 이들은 입시제도가 아예 바뀌어서 생활기록부에 외부 교외 동아리 활동 내용, 봉사 활동 내용이 기록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소개서 또한 사라졌으며, 동아리도 학교 안에 있는 형식적인 동아리, 방송반, 도서부, 문화예술부 같은 동아리만 존재한다고 한다. 활동의 범위가 너무 좁혀져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없어진 것이었다. “그럼 학원을 그만 두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건 어때?”라고 물으니, “엄마가 학원 다니래요.”라고 답했다. 부모님들 또한 ‘입시 경쟁’ 때문에 ‘청소년의 자기 주도성’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모든 대화를 보면 사회 통념이 “입시 결과가 높은 대학교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로 보였다. 흔히 대학에는 서열이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막상 입시 결과가 높은 대학생들과 상담을 하면 현재 방황을 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자아를 탐색할 시간이 없는데, 이 상태에서 이들은 성인이 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서울에 거주하는 세 명의 고등학생만 상담을 했지만, 세 명 모두 이러한 결과가 나와서 충격적이었다. 내가 했던 모든 상담 내용을 통해 나온 문제의 키워드는 ‘대학 서열화, 입시 경쟁,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부족, 부모님의 강요’였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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