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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Dec 07. 2023

아무튼 사전

내가 말하는 거 무슨 뜻인지 알지?

아무튼 사전을 봤다. 두 달 공짜로 시작하게 된 yes24의 크레마 북클럽은 결국 내게서 5,500원을 매달 가져가고 있다.

가끔 아이를 재우고 잠이 안 오면 거실로 나와 갤럭시탭으로 보곤 했는데, 생각보다 자주 이용하게 되지 않아 해지를 요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보통 크레마 앱을 켜고 뭘 읽을까 고르고 고르다가 재밌으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종이책으로), 재미없으면 그냥 끄고 유튜브를 켜곤 한다.

그날은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출근준비를 마치고 늘 그렇듯이, 크레마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아무튼 사전]이라는 책이 한눈에 들어왔다. 원래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인데, 그 뒤에 사전이 붙다니!!! 제목을 보고 바로 읽기를 시작했고 출근시간 직전에 맞춰놓은 핸드폰 알람이 울려 겨우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읽으려 노력했으나 눈도 아프고 멀미가 나는 느낌에 더 이상 읽을 수 없어 한탄을 하다 몇 달간 생각만 하고 있던 이북리더기를 구입했다. 물론 '당근'으로.


결론은, 이 책이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다.

허나 저자는 [아무튼 사전]이라는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기술한다. 특히 저자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사전'이라는 말에 아무 느낌이 안 드는데?"

어째서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 거지,...?

'사전'에서 만지지 않아도 아름다운 조각상 같은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 건가.


나는 특히 직업적인 특성인 건지,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했는지 자주 확인한다.

"~~ 해서 그렇게 얘기한 거야. 선생님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대부분 아이들은 "네"라고 대답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낌이 온다.

'아, 얘 못 알아들은 거 같은데...'

시 묻는다.

'그럼 선생님이 말한 게 무슨 뜻인지 다시 선생님한테 설명해 줄래?'

그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멀뚱히 나를 쳐다본다.

이런 경우는 몇 가지 케이스로 나뉘는데

첫째, 내가 한 문장이 그대로 기억도 나지 않을 때 (똑같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함)

둘째,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셋째, 더 말하기 귀찮을 때

넷째, 자신의 말로 다시 설명했을 때 내가 못 알아들을까 봐(혹은 오해할까 봐)


몇 가지 케이스 중 내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본인의 설명을 내가 못 알아듣거나 오해할 거 같아 말하지 않을 때이다.

적절하지 않은 단어로, 혹은 두서 없는 말로 뱉어낸 문장이 나(선생님)에게 닿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거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사용하는 단어 또한 어마무시하게 많을  '같다.'


그런데, 내가 사용하는 단어를 돌이켜보니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뭐만 하면 '잡으러 가야겠다'를 외치고 (주로 억울하고 화날 때, 뭘 그렇게 잡으러 간다는 걸까)

안타까운 민원이 들어오면 '아, 안 되겠네'라고 위로해 주고 (뭐가, 누가 안된다는 걸까)

당황스러운 일에 '괜찮다'라고 넘기고 (안 괜찮잖아)


단순하고 쉬운 단어가 쌓이고 쌓여 내 머리마저 단순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그 정도로 하루에 크게 '생각'이라는 걸 지 않는다.

심지어 글을 쓸 때에도 슥- 작성하고 맞춤법 교정하고 번 다시 읽어 본 뒤, 발행 버튼을 누른다.

그래서 그런가, 글에 나온 단어가 거기서 거기다.

이런 나 자신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어서인지 [아무튼 사전]에 본능적으로 끌린 거겠지.

 

다양한 단어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때로는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고, 때로는 한자어가 섞인 지적여 보이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알지? 내가 무슨 말하는 건지 알지?'

이런 물음을 던지지 않아도 서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어쨌든... 내가 무슨 말하고 싶은지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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