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를 알아가고 있고, 알아가고 싶다
병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그건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들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어떤 날은 잘 버텨낸 내가 대견하고, 어떤 날은 다시 무너지는 나를 보며 낯설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믿기로 했다.
처음엔 그랬다.
병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겨내고, 털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병은 내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 삶에 계속 함께할 존재라는 걸.
그 사실을 인정한 뒤에야 비로소 나를 다시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전보다 생각이 더 많아졌고,
고민도 더 깊어졌다.
대화할 때는 말에 대한 조심성이 커졌고,
망설임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건 단지 약해진 게 아니라,
더 섬세해졌다는 증거라고 믿고 싶다.
전에는 몰랐던 마음을 이제는 더 잘 읽게 되었고,
무심코 지나쳤던 말 한마디도 오래 머금게 됐다.
병이 내 삶에서 가져간 것이 있다면,
그 자리에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왔다.
삶을 쉽게 말하지 않는 태도,
아픔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시선,
그리고 아직도 나를 알아가고 싶은 마음.
앞으로도 흔들릴 것이다.
몸도, 마음도, 상황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나는 오늘도 나를 알아가고 있고,
계속해서 알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끝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또 한 편의 이야기로 돌아올 날을,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