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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모아 Sep 20. 2022

당신의 오지랖에 건배

사람들은 다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2022년 9월 20일 2:24 PM


“오지? 너 정도면 도시에서 일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아?"

"퀸즐랜드주로 가면 영주권 따기 힘들어. 다시 생각해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은 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성장 배경은커녕 관심사도 잘 모르면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게 꼭 상대방이 필요할 거란 착각을 하고 살아가는 듯하다.


내가 한국에서 8개의 회사를 퇴사하고 술 강요, 수직문화, 부정부패에 지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처음 왔을 때 스쳐가던 한국사람들은 내게 항상 영주권에 대한 조언을 퍼부었다.


"요즘 00 하면 영주권 쉽게 딸 수 있대"

"00 하면 영주권 못 따는 거 알지? 근데 왜 하려고 그래?"


근데 웃긴 건, 난 내가 영주권에 관심 있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그냥 그들이 영주권이 급급하니 나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을 한 거다 (참고로 난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녔으며 이곳들 외에도 국제기구에 근무하며 수많은 나라들을 2~4년 단위로 옮겨 다녔다. 영주권에 관심 있었으면 진작 그 나라들 중 한 곳에 정착을 했을 것이다).


지금도 이민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기 시작한 빅토리아주를 제쳐두고 난 빅토리아에서 퀸즐랜드주로 이사를 왔고, 남들이 선호하는 도시가 아닌 오지로 와서 잡을 구했다.


혹시 내 성적이 나빠서냐고? 도시에 피 튀기는 채용이 힘들어서냐고?


난 졸업도 전에 도시에서만 호주인들도 들어가기 힘든 대형병원에 채용되었고, 7.0 만점에 6.63이란 최우수에 가까운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오지로 간다니 지인(친구가 아님)들이 하는 말:

"너 정도면 도시에서 쉽게 일 구할 수 있지 않아?"


'네가 선호하는 게 내가 선호하는 게 아니란 생각은 안 해봤니?'라고 대뜸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말이 길어질 것 같아 "그치. 근데 오지가 날 부르네?" 하고 웃으며 대화를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진 것의 8할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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