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즈 킹덤
2022년 9월 10일 오전 2:40
알리 아저씨께,
안녕. 잘 지내고 있나요?
오랜만에 편지를 써요.
오늘 보름달이 뜨는 날이거든요.
매달 뜨는 보름달이지만 처음 아저씨과 함께 인생 첫 월출(moonrise)을 본 이후 지난 4년 동안 꼭 한 달에 한 번 설레지 않은 달이 없었어요.
어쩌면 제 인생은 월출을 보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아, 이 황홀한 걸 왜 이 나이가 되도록 전 몰랐을까요?
전 그날의 달빛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던 외딴섬 해변, 그리고 그 모래섬 해변을 120km/h로 전력 질주하여 일몰을 향해 등대까지 달리던 우리.
왼쪽 창으로 보이던 해 질 녘 분홍빛 하늘과 그에 대비되어 오른쪽 창 너머로 보이던 코앞의 푸른 바다. 차를 타고도 뱃멀미가 날 뻔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월출을 보러 가는데 일몰 시각에 맞춰 속도를 내는 아저씨가 의아했는데, 이제는 알아요.
한 달에 단 하루, 보름달이 뜨는 날 서쪽으로 해가 진 직후 동쪽에서 달이 떠오른다는 것을.
당신이 제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낭만을 선사한 것처럼 저도 특별한 누군가가 생기면 보름달이 뜨는 날 달을 보러 가자고 말해요. 그게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거든요.
다음에 또다시 우리가 만난다면,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네요.
같이 달 보러 가요.
그러니 빨리 날 보러 와요.
p.s. 그 날의 기억을 담은 사진 몇 장을 동봉해요.
사랑을 담아,
모아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