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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May 29. 2024

제주도 중독자

제주도 12개월 도장 깨기를 꿈꾸며

제주도의 매력에 빠지고 한동안 여행 어디 갈까 하면 제주도를 찾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1년 12개월 중 한창 더운 7-8월과 11월을 제외하고 모든 달에 제주도를 간 것 같다. 마치 제주도 계절 도장 깨기처럼?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앞으로 7, 8월과 11월에도 제주도를 찾아서 제주도의 1월부터 12월까지의 모습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제주의 1월

1월에 제주를 찾았던 것은 2014년이었다. 친하게 지내는 회사 언니들과 함께한 제주도 여행. 그전까지 나는 제주도를 간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이때가 나의 첫 번째 제주여행이었을 수 있겠다. 제주의 눈도 보고 건축학개론 촬영지로 유명해진 서연의 집 카페도 갔지만, 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보이던 밤하늘의 쏟아지던 별들.


제주의 2월

지금 보니 2018년 12월에 제주를 갔는데 2019년 2월에 다시 한번 제주를 찾은 나. 이때의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건 우선 오렌지빛 색감이다. 주황색 치마를 입고 귤밭에서 사진을 찍어서 그런가. 그리고 처음 가서 반해버렸던 신촌리의 "비 오는 날의 숲". 너무 좋았어서 이후 다른 친구와도 몇 번 더 찾았던 곳이다. 친구가 처음에 수프로 배가 차겠나? 했다가 먹어보고는 정말 좋아했던 곳. 중간에 비건 식당 느낌으로 바뀌었는데, 찾아보니 지금은 폐업하신 건지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슬프다. 여기도 이제 추억 속에 담아놔야 하는 곳인 걸까.


제주의 3월

3월엔 언니, 엄마까지 세 모녀가 여행을 떠난 기억으로 남아있다. 언니랑 엄마는 같은 카키색 쟈켓을 맞춰 입고 떠났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며 혼자 당당히(?) 남색 경량패딩을 입고 갔더랬다. 이렇게는 처음 가는 제주도였기 때문에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등 동쪽의 필수코스를 돌고 말타기 체험까지 했다. 섭지코지의 유채밭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잘 나와서 꽤나 흐뭇했던 기억.


제주의 4월

2019년 4월의 제주는 친구와의 서쪽여행이었다. 이 여행 때 유람위드북스를 처음 갔는데 너무 좋아서 우리는 그곳의 빅 팬이 되었다. 귀여운 고양이와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 넘나 취향인 것. 근처에 위치한 명랑스낵도 처음 갔는데 역시 이곳의 빅 팬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4월의 제주여행은 팬이 된 곳이 여러 곳 생긴 여행이었네.


제주의 5월

2017년 5월 아마도 처음으로 혼자 제주도에 간 때였다. 원래 항상 같이 가던 제주도 메이트 친구와 잡아 놓은 일정이었는데, 그 친구가 가지 못하게 되어 그냥 혼자 다녀왔다. 그 친구와 갈 때면 항상 날씨 걱정을 했는데 혼자 간 5월의 제주는 매우 아주 너무 굉장히 맑음!!! 제주도는 혼자 여행해도 매우 즐거운 곳이라는 걸 느끼게 해 준 여행이었다. 세화리에 숙소를 잡고 뚜벅이라 주변만 돌아다니는 짧은 여행이었으나 동네 돈가스도 너무 맛있고, 동네 카페의 분홍색 옥상도 사람이 없어서 혼자 전세 내듯 즐겼고, 귀여운 초등학교도 구경하고, 볕이 좋은 세화 해변에 앉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게 있는 시간이 너무나 평화로웠던.

셀프웨딩사진을 찍던 커플이 우연히 찍혔는데 잘 나온 것 같아 주고 싶었다 :)


제주의 6월

바로 위 5월에 같이 가지 못한 친구와 다시 잡아 떠났던 6월의 제주여행. 5월에 혼자 갔을 때는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는데, 이 때는 흐려서 친구가 억울해(?) 했다. 그래도 둘이 열심히 사진 찍고 맛있는 거 먹고 이때 처음으로 독립서점도 가 보고. 함덕에서 먹은 햄버거는 참 맛있고, 친구가 교회 간 아침 혼자 갔던 카페는 한산하고 셀카 찍기 좋아서 즐겁게 기다렸던 기억. 독립서점에서 보았던 몇몇 재밌는 제목들도 기록해 두었다.



제주의 7-8월

내가 깨야할 남은 도장들?!


제주의 9월

사진을 훑어보니 2021년에도 갔었지만 2014년에도 9월에 제주를 찾았다. 이 때는 내가 먼저 제주도를 혼자 여행하다 주말에 오는 친구를 마중하러 제주공항에 갔던 기억이 난다. (마치 제주도민처럼? 하핫) 이때 처음이자 (아직까지) 마지막으로 우도를 갔는데, 자전거는 오히려 나중에 끌고 다니기 힘들었다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도보로 구경을 했다. 엄청 덥고 길이 끝이 없었다! 마지막에 보말 칼국수 먹고 하마터면 돌아가는 배를 놓칠 뻔 하기도. 겨우 잡아타고 내려서 시내에 있는 마지막 숙소를 찾아갔는데, 택시 내려서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알고 보니 블로그에 써져 있던 주소 번지가 잘못된 거였다. 흑흑 진짜 개고생 했네.

주운 짤이 아니고 친구 오기 전 혼자 여행하다가 실제로 찍은 사진임. 사진제목은 '개피곤' ㅋㅋ


제주의 10월

2022년 10월 다니던 회사 퇴사 후 새로운 곳에 입사하기 전 잠시 짬이 나서 혼자 갔던 제주 동쪽 여행. 뚜벅이답게 성산에 숙소를 잡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저녁때는 호텔에 와서 글을 썼다. 이때가 한국시리즈 기간이었는데 글 쓰면서 야구 보다가 속 뒤집혀 죽을 뻔. 그러다 전 직장 친한 언니와 급벙(?)을 하여 같은 호텔 잡고 호텔 펍에서 늦은 저녁까지 수다 수다 했다. 서울 사람들끼리 제주에서 급벙이라니 뭔가... 재밌다!


제주의 11월

내가 깨야할 남은 도장!!


제주의 12월

이전에 다녔던 회사들이 거의 연말에 쉬어서 아마 12월에 가장 제주를 많이 찾았을 것 같다. 그렇기에 많은 장면들이 생각나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우연히 지나다가 발견한 너무 예쁜 동백꽃밭! 파란 하늘과 멋진 동백꽃밭, 그리고 친구의 금손이 만나 내 제주여행인생 최고의 사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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