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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Jul 28. 2023

제주도 중독자

산굼부리의 꾸냥

나의 첫 제주는 당시 근무하던 회사의 친한 동료분들과 함께였다. 제주가 처음이었던 나와 달리 언니들은 이미 몇 번 제주에 놀러 온 적이 있었던 터라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와 같이 '관광객 코스'라고 할 만한 곳들은 스킵하고 여행이 이루어졌었다.


그리고 2014년 가을. 제주도 여행 메이트(가 된) 친구와 제주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평일에 시간을 더 낼 수 있어 먼저 제주에 가서 구경을 하고 있다가 공항에서 친구와 접선하여 나머지 여행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에서의 첫 혼자여행. 행원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초보 제주 여행객'으로서의 한 발을 내디뎠다.


친구가 오기 전까지 혼자 셀카봉을 들고 내가 향했던 곳은 제주의 대표적 여행지인 '성산일출봉'과 '산굼부리'. 대표적인 곳이니만큼 한 번쯤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버스를 타고 총총총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그 당시 제주는 한창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일 때였다. 성산일출봉과 산굼부리 역시 대표적 관광지였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거의 90% 이상이 중국인 여행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중국인 여행객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하면, 예상치 못하게 중국인 여행객과의 에피소드가 생겼던 여행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황제의 딸'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꽤나 열심히 보았던 학생이었다.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 중 한 명인 '조미(자오웨이)'의 팬이 되어 배우이자 가수였던 그녀의 앨범까지 사서 열심히 듣기도 했었다. 그렇게 골백번(?) 듣다 보니 뜻은 몰라도 노래를 들으면 내 입에서 맞는지 틀렸는지 모를 가사가 자동재생 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조미의 노래 중 '꾸냥'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노래가 있다. 게다가 해당 노래의 리믹스 버전에는 줄기차게 '꾸냥'이 들린다. 아무리 중국어를 모르는 나라도 이 정도 되면 꾸냥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터. 그리고 나는 예상치 못하게 이 단어를 산굼부리 입구 앞에서 듣게 된다.


산굼부리에 도착해서 들어가기 전 입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통수 너머에서 '꾸냥'이라는 소리가 한두 번 들렸다. 조미 노래의 영향인지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나를 향해 부르는 소리가 맞았다. 그 뒤에 중국어는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충 느낌상 사진 찍고 있으니 잠시 비켜달라는 뉘앙스 같았다. 사실 별거 아닌 상황인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이 나는 것 보면 참 신기하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우리나라 말이었다면 이 상황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까? 내 개인적인 추억의 노래와 절묘하게 겹쳐졌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에피소드가 잊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여행 중 마주친 개피곤해 보이는 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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