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독립서적 감상문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번 해봤는데요 - 오사장
4-5년쯤 되었을까. 친구와 남해에 여행을 갔다가 독립서점을 한 군데 들른 적이 있었다. 최근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서점까지 가게 되었던 것 같다. 여느 독립서점과 같이 크지 않고 조용하였지만 깔끔하게 운영되던 그 서점 안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이 바로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번 해봤는데요"라는 책이었다.
여행 중이라 무거운 책은 부담이 될 수도 있었는데, 이 책은 크지도 무겁지도 않았던 데다가 제목부터가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직 독립서적과 독립서점에 대하여 잘 모르던 시절, 별생각 없이 사서 읽었던 이 책이 어쩌면 내 인생의 첫 독립서적인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심플하다. 남편의 입장에서 부인 분과 함께 살면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본인의 느낌을 적은 에세이랄까? 거기에 중간중간 그림까지 곁들여진다. 에피소드들은 그 길이가 길지 않고 개인이 적은 짧은 일기장 같은 형태라서 읽기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작가님인 남편분과 부인분의 성향이 다른 것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작가님이 어찌 보면 부인분을 험담 하듯이 적은 이야기들도 있는데, 그것이 전혀 심각하거나 안 좋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알콩달콩 살면서 투덜거리는 정도의 귀여운 에피소드들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두 분이 알콩달콩 잘 살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 글에서도 그 행복감과 사랑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것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유는 작가분의 필력이 짧지 않은 일기 같은 글 속에서도 잘 발휘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당시 나는 결혼 생각도 없었거니와 결혼할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한 명의 독자로서 술술 읽히는 스토리와 피식거리며 즐길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훑으며 빠르게 책을 읽었더랬다. 그러다 결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문득 이 책의 존재가 다시 생각이 났다. 그리고 본가에서 책을 가져와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재미있네'의 느낌이었다면 결혼을 한 지금은 뭔가 조금 더 와닿는 느낌이다. 이 책의 부부처럼 나와 남편도 나름 아직까지는(?)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기에 뭔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이 책은 유쾌하고도 사랑스러운 독립서적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부인의 입장에서 쓰신 "제가 이 남자랑 결혼을 한번 해봤는데요" 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할 수 있다면 구해서 읽어보고 싶다. 그러나 지금 잠시 검색해보니 두 책 모두 품절인 것으로 보여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