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히엔 Jun 07. 2024

둘이 살기 0년 차

히엔과 필군의 함께 쓰는 결혼준비 기록 - 6

식장 정하는 게 이렇게 힘들 일?


리스트에 있는 식장들을 실제로 가보면 여기다! 하는 곳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 후기들을 찾아보면 100% 완벽한 곳은 없다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말 그대로였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꼭 다른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홀이 마음에 들면 다른 시설이 너무 오래된 느낌이거나, 가성비가 좋으면 위치가 별로이고(사실 알고 보면 당연한 일),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곳은 시간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이것 또한 알고 보면 당연한 일)


필군이 출장을 다녀온 후 주말, 우리는 예약한 6곳을 하나씩 방문했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이 너무 좋았지만 가능한 일정은 일요일뿐이라 그냥 한 번 본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 곳들은 전부다 비슷비슷하고 한 군데 딱 꽂히는 곳이 없어 다시 한번 투어를 하기로 했다. 마침 돌아오는 주에 공휴일이 있어서 그날 투어가 가능한 곳을 두 곳 더 방문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찾아서 가게 된 두 곳 중 한 곳은 아예 제외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곳.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간 그곳의 홀은 내가 좋아하는 채플 스타일에 층고도 높고, 지하철역 바로 앞이라 무척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찾았구나 싶었다. 

그러나 여기도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식이 가능한 시간이 저녁타임으로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이 홀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저녁타임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고민했던 다른 곳을 선택하기에는 이미 이곳을 본 이상 마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고맙게도 필군이 먼저 부모님을 설득해 주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은 나에게서 벌어졌다. 우리 집에서 시간 때문에 반대를 하시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내가 말한 곳은 100% 오케이였고, 나에게 전적으로 맡기시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런 경우 “그냥 내가 원하는 곳으로 할 거야!”라고 말하며 밀어붙이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마음만 불편해졌다. 게다가 스케줄을 홀딩해 주고 있는 식장에 이틀 후에는 최종 결정을 알려줘야 하는 상황. 집에서 너무 아니라고 하니 내 마음은 다시 흔들리면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최종후보에 올랐던 다른 한 곳을 선택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자니 힘들게 부모님을 설득한 필군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다. 


일을 하다 머리를 싸매다 아주 혼자 난리 법석을 떨다가 결국 홀딩하고 있던 식장에 전화를 해서 며칠 더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 부탁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리가 상담받을 때 받았던 그 스케줄이 이미 예약이 되어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네? 홀딩해 주시기로 하신 거 아니었나요???”


우리를 상담해 주신 분은 너무나 아쉽다는 목소리로 본인이 홀딩해 주시기로 한 것은 스케줄이 아닌 우리에게 내주었던 견적이었다며 우리가 잘못 이해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은 나. 필군이랑도 이야기를 공유하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확실하게 날짜를 홀딩해 줄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았고, 가능하다고 한 대답에 그럼 견적도 유지되냐는 질문을 추가적으로 하여 그렇다고 들은 기억이 확실히 났다. 가격에 비해 홀이 훌륭하고 위치까지 좋았던 그곳이 인기가 많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고, 그러한 곳의 상술에 놀아난(?)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으나 이미 날아간 걸 어쩌겠어. 한편으로는 고민한 것이 무색할 만큼 상황이 스스로 정리된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문제 해결은 뜻밖의 곳에서 저절로 되기도 한다. 물론 마냥 기쁜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함께 고민하던 다른 한 곳으로 결정했을까? 아니다! 의외로 우리는 처음 투어를 했던 6곳 중 한 곳으로 마음을 정했다. 왜인지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던 곳이었는데,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나쁘지는 않았던 곳이라 우선 가계약을 걸어놓고 필군과 함께 다시 그곳을 찾았다. 웨딩이 실제로 있을 때 가서 보는 것이 좋다고 하여, 처음에는 실제 웨딩이 진행되는 주말에 가보았더랬다. 그런데 평일에 다시 가보니 식장 자체를 꼼꼼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쉬워했던 하객분들이 앉으실 의자 쿠션도 마침 보완을 하고 있다고 하셔서 굿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하며 정식계약을 맺었다.


드디어 결혼식의 가장 큰 부분을 결정한 우리.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식장이 결정되었구나… 우리는 길게 시간을 가지고 결혼식 준비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을 하고 일주일 정도 후부터는 계약 취소를 하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함은 물론 위약금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결혼은 이제 취소불가의 상태가 된 것이다! 


식장을 정하는데 생각해 보면 엄청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날짜, 시간,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들을 정리하다 보니 갈 수 있는 곳이 압축되어서 그중에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혼인율이 적다느니 어쩌느니 해도 코로나로 인해 밀렸던(?) 많은 결혼식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의 타이밍은 하필 그 타이밍이었고 마치 많은 커플들 사이에 코로나로 미뤄졌던 결혼커플 중 한 커플이 되어버렸다. 


일과 결혼식장 투어를 병행하는 것은 고되지 않았다. 되려 간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우리를 지치게 만든 건 우리가 방문한 식장이 모두 퍼펙트하게 맞아 들어가지 않았다는 현실이다.


두 번 할 일은 없겠지만 식장에서는 우리만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커플들의 예약도 받아야 하기에 식장을 준비할 때 꼭 정확한 예약 시간 그리고 언제까지 식장에 말해서 예약을 해야 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좋은 경험을 얻었다. 


나의 마인드는 어찌 되었든 결혼식은 우리를 위한 것이지만 그중 비중은 무조건 신부에게 더 크게 가 있다는 것이다. 신부가 원하는 것으로 최대한 맞추고 해줘야 한다. (준비하는 많은 예랑이 분들을 위한 조언?) 그렇다고 무작정 다 맞아!라고 하다가는 관심 없이 말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최대한 히엔 하고픈 걸 다 하게 해주고 싶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둘이 살기 0년 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