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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바닷물인데 가뭄이라... 해수 담수화

생활 속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강릉은 등 뒤에선 든든한 태백산맥이 버텨주고 앞으로는 동해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어디를 돌아봐도 나무와 숲이 푸르고 도시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지역관광발전지수'에서 1등급을 차지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도에는 내국인 3300만 명, 외국인 35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4000만 명을 넘을 듯했지만, 암초를 만났으니 바로 돌발가뭄이다(이전글 참조).


강릉 앞바다도 다 물이지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물은 담수이기 때문에, 이번에 사달이 난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을 지구(地球)라고 하지만, 외계인이 멀리서 본다면 수구(水球)라고 말할 것이다. 지구의 70%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의 물 대부분은 염수, 즉 바닷물이어서 대부분의 생명체가 먹고사는데 도움이 안 된다. 아래 그림에서도 보듯, 담수는 전체 수자원의 2.8%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빙산, 빙하 등 얼음의 형태가 68.7%, 지하수가 30.1% 그리고 영구동토층(permafrost)에 0.9%가 있어 담수의 99.7%를 차지한다. 따라서 강이나 호수에 있는 고작 0.3%의 담수로 지구상 동식물이 살아간다.


지구의 물의 분포*, 위키미디어: Woudloper

*Data from: Christopherson & Birkeland: Geosystems (10th ed.), Pearson


해수 담수화


Desalination plant in RAK (Ras Al Khaimah, United Arab Emirates), Octal


그래서 거의 무진장인 바닷물에서 담수를 얻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바로 해수 담수화(Water desalination)다. 우리나라는 담수가 흔해 그리 자주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바다를 항해하는 배나 잠수함, 중동 같은 사막국가, 물을 수입해야 하는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담수의 원천으로 심각하게 고려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도 간혹 도서 지방에 설치되기도 하며, 표지 사진처럼 부산시는 기장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이미 준공해 놓고 있다. 시설 용량 45,000㎥/일로 전국 1인당 평균 물사용량 384리터/인으로 계산하면 약 11만 7천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담수화 방식


담수화 방식은 크게 증발식과 역삼투식(RO, reverse osmosis), 정삼투식(FO, forward osmosis), 냉동식(Freezing method)으로 나뉜다. 증발식은 물을 끓여서 순수한 물을 얻는 방법이다. 당연히 연료비가 막대하고 이산화탄소와 열이 뿜뿜 나온다. 기름걱정 없는 중동 지방이 아니면 함부로 할 수 없는 방법이다.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고 열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발전소 등과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증발식에는 다단증발식(MSF, Multi Stage Flash)과 다단효용식(MED, Multi Effect Distillation)이 있는데 다단증발식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해수 담수화 처리계통도, 출처: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부


역삼투방식은 삼투압현상을 역이용하여 염분 농도가 높은 물에 높은 압력을 가해 용질인 물을 쥐어짜는 방식이다. 반투박의 내구성, 성질 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도서에 설치된 시설은 대부분이 역삼투방식이다. '지역발전 특별회계'에 포함되어 국비 70%, 도비 30%로 시설된다. 지속적인 유지관리(필터교체 등)가 중요한데 지자체는 예산도, 관심도, 인력도 없어 설치만 해 놓고 고장 나면 놀리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정삼투식은 바닷물의 염분 농도보다 더 농도가 높은 유도용액을 이용하여 삼투압 방식으로 넘어온 물을 유도용액을 후처리 하여 분리하는 방식이다. 냉동식은 물이 얼 때 순수한 물이 먼저 어는 것을 이용하여 소금 등 용존물질이 얼음에 남기 전에 빼내는 것이다. 공정이 복잡하고 산출된 물의 품질이 낮아 별로 인기가 없다.


해수 담수화는 결국 염전의 개념에서 소금이 아닌 물을 얻는 것인데, 물을 끓이는 증발식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기름이 펑펑나는 중동 지역 외에는 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유가가 고가 행진을 하면서 담수화 시장은 저렴한 삼투압 방식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증발식에 비해 삼투압 방식은 시공비용은 8.4~60%, 생산수 단가는 23~38%까지 저렴하다고 한다(황문현, 2016).


싱가포르 사례


싱가포르의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설립 과정, 출처: Singapore's National Water Agency


말레이반도 남쪽 끝에 있는 싱가포르는 강우가 유일한 수자원인 물 부족 국가다. 1819년 영국 동인도주식회사의 토머스 래플스가 무역기지를 세운다. 당시 인구수는 1500명에 불과해서 대충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정치적인 환경이 바뀌면서 물 문제가 표면화되었다.


현재 600만 명을 돌파한 싱가포르는 전체 물 수요의 58%를 말레이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1927년 말레이시아 조호르 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하루 2억 5000만 갤런(약 9억 4600만ℓ)의 미정화 원수를 조호르 강에서 끌어올 수 있다. 대신 조호르는 전체 원수 공급량의 2%에 해당하는 500만 갤런(약 1890만ℓ)의 정화 처리된 물을 되돌려 받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원수를 1000 갤런(약 3785ℓ) 당 0.03 링깃(약 8.3원)에 사 오고, 같은 양의 정화된 물을 0.5 링깃(약 138원)에 판매하고 있다(약 1000 갤런 당 130원 이익). 지금의 협정은 2061년까지 유효하지만, 말레이시아는 계속 싱가포르로부터 정화된 물을 공급받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싱가포르와 외교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조호르 지역의 물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물이 끊어지면 정말 끝장나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1977년부터 물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물 확보 수단은 크게 말레이시아 물 수입, 해수담수화, 뉴워터, 저수지 등 4가지이다. 현재는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끊어도 전체 물 수요의 85%를 충당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모두 5개의 담수화 플랜트(공장 설비)가 마련되어 있다. 이들 설비는 하루 최대 71만 9000t의 생산능력을 갖췄고, 현재 싱가포르 전체 용수 수요의 25%를 감당하고 있다.


주롱 섬 담수화 플랜트, 출처: Singapore's National Water Agency


가장 최근에 건설된 주롱 섬 담수화 플랜트는 2022년 4월에 공식 개장했다. 투아스 파워(Tuas Power)의 템부수 멀티 유틸리티 단지(TMUC)와 함께 위치하여 해수 취수 및 에너지 같은 자원을 공유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기존 담수화 플랜트보다 약 5% 더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한다. 하루에 최대 약 3000만 갤런(113,562㎥)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55개와 맞먹는 양이다.


싱가포르는 해수담수화 시설을 통해 충당되는 물의 공급을 현재 25%에서 오는 2060년에는 30%까지 끌어올리고, 담수화 역량도 지금보다 10배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담수화 시설


2025년 8월 27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총 154개로 용량으로는 87,014㎥에 달한다. 부산시의 시설(45,000㎥)과 광양제철소 시설(30,000㎥)을 제외하면 모조리 1000㎥이하의 소용량이다. 대부분 역삼투식(RO)이다. 지역별로는 도서지방이 많은 전라남도가 93개소로 가장 많은데 소속 지역에서는 여수시에 32개소, 신안군에 25개소, 완도에 17개소 등에 주로 설치되어 있다.

출처: 한국수자원공사, 2025.8.27


사실 우리나라는 해수 담수화 기술 강국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시장에서 10년 이상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역삼투법(RO)과 다중효용법(MED), 다단증발법(MSF) 등 3대 해수담수화 기술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칠레, 이집트 등에 담수화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담수가 풍부한 편이라 그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담수화 설비도 다수의 시설이 고장으로 멈춰있어 물부족 해소에 실효성 있는 대비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시설 규모가 작다 보니 중소기업이 부실하게 설치한 후에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회사가 망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특히 시설 설치 후의 유지보수는 지자체 비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당장 시급한 곳에 예산을 쓰다 보면 남는 예산이 없어 수리엔 차례가 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물이 없을 때에 나 반짝 관심을 갖고 이후에는 우선순위가 밀린다. 지자체장을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럴 바에는 고정식으로 설치하지 말고 중앙정부나 도에서 이동이 가능한 바지선 위에 시설을 설치, 운영하여 각 섬의 물 저장소를 채워주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특히 전라남도의 경우, 남아도는 태양광발전 전기를 이용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한다면 물 부족도 해소하고 기술도 확보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황문현․김인수, 국내 및 해외의 해수담수화 기술 비교분석, J. Korean Soc. Environ. Eng., 38(5), 255~268, 2016, http://dx.doi.org/10.4491/KSEE.2016.38.5.255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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