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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물없어 물난리 중

생활 속 지구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한창 휴가철인 요즘, 경포대해수욕장을 가면 샤워장을 5분만 사용해야 한다. 백사장에서 묻어온 모래를 씻는 수도는 꼭지가 빠져 있다. 시내 공중화장실은 닫혀 있고 주말만 운영한다. 이미 6월부터 시내 분수대는 가동을 안하고 있다. 수영장은 운영을 안하고 세차는 언감생신이다. 게다가 수돗물 수압은 평상시의 85% 수준이다. 강릉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2025.8.13 가뭄현황.jpg
강릉시 공공 수영장 임시 휴장 안내_20250813.png
2025년 8월 13일 현재 가뭄현황(수자원공사 물정보포털)과 강릉시 공공 수영장 임시 휴장 안내(강릉관광개발공사)


목 타는 강릉


올여름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났지만, 강릉은 한 달째 위 사진에서 보듯 ‘나 홀로 가뭄’에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강릉은 여름철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온도가 올라가는 푄현상으로 7월 20부터 8월 2일까지 14일간 열대야가 발생했다. 반면 여름 비가 너무 적게 왔다. 강릉은 7월 20일부터 8월 12일까지 24일 동안 4일만 비가 왔고, 4일 중 3일은 6㎜ 안팎의 이슬비만 흩뿌렸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비가 오는 즉시 증발해 버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강릉시에 생활용수의 대부분(87%)을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4.6%이다. 당분간 큰비가 오지 않는다면 지금의 저수율로는 제한급수는 물론, 물도 이웃 시에서 가져다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강릉 저수율 현황_20250813.jpg 2025년 8월 13일 강릉 저수지 저수율 현황, 출처: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


올해 강릉에는 비가 유난히 적었다. 6월 강릉의 강수량은 18.6㎜로 평년(118.5㎜)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국이 물난리로 재해 상황이었던 7월에는 조금 나아졌으나 평년(250.2㎜)의 절반 수준인 128.2mm에 그쳤다. 하지만 나머지 전국에는 극단적 폭우가 내려 2025년 7월 16~20일 경남 산청엔 793.5㎜ 비가 쏟아졌고, 500㎜가 넘는 비가 충남과 광주에 쏟아졌다. 8월 13일 현재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는 한 시간에 150mm의 비가 내렸다. 옆 동네는 홍수인데, 우리 마을은 가뭄인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돌발 가뭄


전문가들은 돌발 가뭄(Flash Drought, FD)’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돌발 가뭄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새로운 유형의 가뭄으로, 단기간 내 급격히 수자원이 고갈되어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특징을 지닌다. 주된 원인은 강수량 부족과 더불어 이상고온에 따른 증발산의 급증이며, 수일에서 수주, 길게는 수개월 이내에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기존에 정의된 '가뭄'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누적되는 장기적 현상이고, 주로 ‘강수 부족’에 기초한 개념이라면, 돌발가뭄은 기존 가뭄 개념에 ‘증발산’ 요소가 추가되어 복합적이고 급속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정해수, 2025).


강수량 기본 강릉_2021-2025.08.12_2.jpg 강릉지역 월간 강수량 (2021.1.~2025.8), 출처: 기상청


즉 안 그래도 적은 강수량이 폭염으로 순식간에 증발해 버린다는 것이다. 기후 연구소 ‘넥스트그룹’에 따르면 지난 7월 강릉의 강수량 대비 증발량은 155.6%였다. 내린 비보다 55.6% 많은 수분이 증발했다는 뜻이다. 평년에는 이 비율이 47.3%인 것과 비교하면 증발비율이 3배가 넘는다는 이야기다. 강릉의 7월 폭염 일수(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17일로 평년(5.6일)의 3배였다.


돌발 가뭄은 외국에서도 보고되는데, 2012년 6월 미국 중서부에서는 평년 대비 50% 이하의 강수량과 기록적인 고온으로 단 2주 만에 가뭄의 수준이 비정상 건조에서 심각한 가뭄으로 악화되어 약 40조 원 규모의 농업피해를 입혔다. 호주 퀸즈랜드 남부에서는 2019년 돌발 가뭄이 발생하여 초지가 황폐해져서 가축수가 대폭 감소하였고, 이듬해 기록적인 산불발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수분함량이 적은 열풍으로 바짝 마른 식물에 화재가 일어나면 광범위한 지역에 산불이나 들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돌발 가뭄은 측정 기간이 짧아 기존의 기록방식으로는 가뭄으로 기록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책


돌발 가뭄도 가뭄이므로 수문학적 재해인데, 발생 시점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나(폭염의 지속, 강수량부족)과 해소의 시점이 불분명하고 때로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뭄은 장기간의 강수 부족에 의해 서서히 발생하여 오랜 기간 지속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돌발 가뭄은 기후변화에 의한 영향으로 점점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발생 특성 자체에 대한 기존 데이터가 없어 대처가 힘들다.


정의상의 특징에서 돌발 가뭄을 피하려면 폭염을 피할 수는 없지만, 증발산량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나오는 개념이 지하댐이다. 지하댐은 지하수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막아 지하수위를 높여 지하수 함양을 증진시켜 증발산으로 낭비되는 수자원을 지키는 시설이다. 즉 대수층에 지하수 유동을 방해하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지하댐 구조도_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 2002.jpg 지하댐 구조도, 출처: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 2002


강릉과 같은 영동 지역인 속초는 가뭄 피해가 덜한데, 2021년 상수원인 쌍천의 지하 암반층에 ‘지하댐(차수벽)’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지하댐은 대수층에 지하수를 모아두는 일종의 댐이다. 속초시는 280억 원을 들여 물 63만 t을 담아 속초시 급수량의 68%를 담당하는 지하댐을 지었다. 지하댐은 수몰지역이 없고(그래서 환경단체도 반대가 덜할 것 같다), 댐 상부의 토지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자극받은 강릉시도 연곡천에 지하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2027년 이후이나 완공될 것이라고 한다.


가뭄에 대응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기우제 말고 물의 저장 용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극한 호우가 빈발하고 있어 적절한 빗물받이 공간이 얼마쯤인지 알 수가 없다. 자칫 꽉 채워 놨다가 호우가 오면 홍수가 나고, 홍우에 대비해 비워 놓았다가 비가 안 오면 가뭄에 몸살을 앓는다. 게다가 저수지에 받아 놨다가 더운 날씨에 증발해 버리면 막상 쓰고 싶을 때 못쓰게 된다. 지하댐은 이와 비슷한 상황을 안 보이는 그리고 증발이 안되는 지하에서 해결하자는 아이디어이다. 현재 전국에는 농업용으로 5곳, 생활용수용으로 1곳 등 총 6곳의 지하댐이 운영되고 있다.*


* 농업용수: 경북 상주(이안댐, 24,000톤/일), 경북 영일(남송댐, 27,000톤/일), 충남 공주(옥성댐, 28,000톤/일), 전북 정읍(고천댐, 25,000톤/일; 우일댐, 16,000톤/일).

*생활용수: 강원 속초(쌍천댐, 27,000톤/일)


물론 지하댐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에 물 저장소를 만들다 보니 저장소의 관리가 어렵고, 취수 비용과 유지관리비도 많이 들고, 물이 너무 차가워서 직접 농업용수로 쓰기 어려우며(이것은 열교환 방식으로 냉방 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 얼마나 물이 들어 있는지 알기 힘들고 따라서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게다가 지하수 특성상 한번 오염되면 회복시키는 게 비용이 막대하고 때로는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지난 2022년 서울 강남 일대에 시간당 11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도로와 상가는 물바다가 됐고 해외토픽에 실렸다. 이에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을 서둘러 건설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 이외에 광화문과 도림천에서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빼낼 공간이 필요하고, 물부족이 예상되면 담아둘 공간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로 기상변화의 진폭도 확대되고 상황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지구온난화에 대한 장기적이며 체계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물그릇을 잘 관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수로, 저수지, 댐의 준설 작업 등을 체계적으로 하고, 이미 4대 강 유역의 저수구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재원을 필요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 쓰는 예산에서 어느 부분을 줄여야 하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하루빨리 강릉의 가뭄이 해소되어 시내의 분수들이 물을 뿜어 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강민선, 정재환, 이슬찬, 최민하, GLDAS 증발 스트레스 기반 한반도 돌발가뭄의 공간적 발생 특성 연구, 대한수문학회지, Vol.56, No.10, 2023, pp.631-639, doi:10.3741/JKWRA.2023.56.10.631

2. 건설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지하댐 개발방안 수립조사 보고서, 2002

3. 정혜수, 기후위기 시대, 돌발가뭄이라는 예고 없는 재난, 사단법인, 넥스트, 2025.5.30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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