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역사 이야기
살면서 떠돌다 보면 같은 이미지나 이름이 우리 생에서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차이가 있다면 다만 알아차리느냐 못알아차리느냐 이다. 이해하고 보면 같은 이미지가 이런저런 부분에서 우리 생을 감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일 중에 하나인 어두울 명(冥)자에 대한 이야기다.
명부전(冥府殿)은 사찰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 즉 명부(冥府)를 상징하는 전각이다. 주로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을 비롯한 시왕(十王: 진광왕, 초강왕, 송제왕, 오관왕, 염라대왕, 변성왕, 태산왕, 평등왕, 도시왕, 오도전륜대왕)이 있다. 을 봉안하며, 저승에서 죽은 자들을 심판하고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지장전(地藏殿),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불린다.
망자는 사후 명부로 간 후, 일반인은 49일 동안 7일 간격으로 시왕들을 차례로 만나 심판을 받는다. 불가에서 49재(四十九齋)를 지내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좀더 죄질이 나쁜 인간은 기간을 늘려 평등왕, 도시왕, 오도전륜대왕이 심판한다.
명부전의 주불은 지장보살이다. “단 한 명의 중생이라도 깨달음을 이루지 아니하면 나는 성불하지 않길 원하옵니다.”라는 큰 대원을 세운 보살이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자비심이 깊은 보살이다. 보통 손에 연꽃이나 보주를 들고, 시무외인 수인을 짓고 있었다. 석장을 짚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거나 그려지기도 한다. 머리 모습은 승려처럼 민머리인 성문상(聲聞像)과 두건을 쓰고 있는 피건상(被巾像) 모습을 하고 있다.
참고로 불교에는 보살이 많이 등장하는데 관세음보살(자비의 화신,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는 원력을 지닌 보살), 문수보살(지혜를 상징하는 보살, 실천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보살), 보현보살(보살행의 실천을 상징하며,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을 목표), 미륵보살(미래에 성불하여 중생을 구제할 보살) 그리고 대세지보살(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며, 관세음보살과 함께 아미타불의 협시보살로 묘사)가 많이 알려져 있다.
명부전은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산자가 죽은 자를 기리는 곳으로, 결국 산 자들에게 삶의 의미와 가르침을 주는 곳입이다.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참되고 올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운사, 전등사, 금산사, 귀신사, 마곡사, 표충사 명부전 등이 유명하다.
명왕성은 예전에는 태양계의 행성 중에 하나였다. 즉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중 명이었다. 최초로 발견된 카이퍼 벨트(Kuiper Belt) 천체이다. 이제는 왜행성 중 하나로 되었다. 현재까지 우리가 밝혀낸 해왕성 바깥 태양계 천체 중에서 가장 큰 천체다. 지구의 달에 비해서 질량은 1/6, 부피는 1/3정도로 조그마하다. 태양으로부터 29~49 AU 떨어진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으며, 공전 주기는 약 248년, 자전 주기는 6일 9시간 43분이다. 이심율이 큰 타원형 궤도 때문에 해왕성보다 태양에 더 가까워 질때도 있다.
1930년 2월 18일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가 발견한 이래 2006년 8월 24일부로 행성의 기준이 수정되기 전까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인식되었다. 그 동안 엇비슷한 위치에서 명왕성 보다 큰 천체들이 잇달아 발견되어 과연 명왕성이 행성으로의 지위를 갖는게 맞느냐는 논쟁이 있었다. 만일 행성 지위를 유지하면 에리스, 카론, 세레스 등 행성이 줄줄이 생겨날 판이었다.
이제 명왕성은 MPC(Minor Planet Center) 식별 번호는 134340(호칭은 그대로 명왕성이다)이며 동양권에서는 명왕성으로, 서양권에서는 플루토(Pluto)의 자국어 명칭으로 불린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평균 표면 온도는 -233℃이고 , 대기압 0.1~0.3Pa(지구는 1,013hPa), 중력은 지구의 7%이다. 불지옥 보다는 얼음지옥이겠다. 역시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천의 신 하데스와 동일시되는 로마 신화의 플루토에서 따왔다. 명왕성이라는 명칭도 명왕(명계의 왕), 즉 하데스를 의역한 것이다.
명왕누대는 선캄브리아 시대 가운데 시생누대 이전의 지질 시대에 대한 분류로, 지구 탄생 이래 최초의 누대(累代, Eon)를 가리킨다. 국제층서위원회(ICS,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에서 정의에 따르면 45억 년 전부터 38억 년 전까지 약 7억 년간이다.
명왕누대라는 명칭은 1974년 미국의 지질학자 프레스턴 클라우드(Preston Ercelle Cloud Jr.)가 현재까지 알려진 지구 상에서 관측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암석이 발견된 시기의 이전 시기를 지칭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했다. 영문명 하디언(Hadean)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지하 세계 신인 하데스이며, 한국에서는 하데스가 명계(지옥)의 왕이므로 명왕누대로 번역했다.
태양계의 남은 암석이 모여 지구의 모양을 형성한 후, 단기 또는 중간 정도의 반감기를 가진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되면서 지구는 뜨겁고 기압이 높은 시절을 지나게 되었다. 게다가 명왕누대 초기인 지구 생성 3,000만년쯤에는 화성의 2/3에 달하는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하여 그야말로 거의 박살이 났다. 이때 테이아의 잔해로 달이 만들어졌다. 점점 동위원소가 고갈됨에 따라 온도가 내려 갔으며 바다도 형성되었다. 맨틀도 형성이 되고 초기 지각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41억 년 전에서 38억 년 전 사이,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수많은 혜성과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는 '후기 대폭격(LHB, Late Heavy Bombardment) 시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왕누대에서는 지표면이 매우 뜨겁고 화산 활동이 활발해서, 마치 지옥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맨틀과 지각이 형성된 시기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극단적인 환경이었기 때문에, 화석은 물론 지질학적 단서조차 찾기 어려워 연구가 더딘 시대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지옥의 모습이 가장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 시생누대, 원생누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생누대로 이어진다.
비교해서 보면 결국 인간의 존재를 넘어서는 어둡고 두려운 미지의 영역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죽음 후의 세상을 알고 싶은 나머지 명부와 명부전이 만들어졌고,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에 대한 탐구심으로 명왕성이라는 천체가 명명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지질학자들이 아무리 연구를 하려 해도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시원의 세상을 명왕누대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은 각 분야에서 어떤 것의 기원 또는 시작점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명부전은 죽음 이후의 삶, 즉 내세의 시작점을 상징한다. 이승처럼 저승에서도 삶은 계속된다고 보는 것이다. 명왕성은 현재는 행성의 지위를 잃었지만, 일반적으로 태양계 외곽에 존재하는 많은 소행성들과의 위치를 상대적으로 이해하는 시작 지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왕누대는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는 첫 번째 지질 시대로서 이후에는 암석행성이 만들어지고 생명체의 진화 과정의 근원적인 시작점이다.
끝이 있다면 시작이 있는 것이고, 끝은 정말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지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뱀이 자기의 꼬리를 물고 있는 듯한 이 순환은 우리 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사를 규정하는 커다란 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