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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생이별, 스바루, 플레이아데스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이전 글에서 별의 삶을 다살아 이제 소멸할 별인 베텔기우스를 살펴 봤다. 그렇다면 겨울철 별자리 중 가장 어린 별은 어딜까? 아마도 가장 관찰하기 쉬운 별자리 중 젊은 별은 황도12궁 중 황소자리(Taurus)의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cluster, 메시에 천체 목록: M45)일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산개성단(散開星團, open cluster) 중 하나로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성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생이별'이라고도 불른다(북한에서는 모재기별떼라고 부른다). 맨눈으로 보면 6~7개 정도의 별이 모인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그래서 자질구레한 별이 모였다는 뜻으로 좀생이별로 명명한 듯하다.


황소자리(Aldebarea)이 보이고 1시 방향에 플레이아데스(Plejady) 성단이 보임, 위키미디어: Szczureq


중국에서는 묘성(昴星)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일곱자매들(7 sisters)'로 불리는데 그 중 별 한개(아스테로페)가 잘 안보이는 이유는 전설에 따르면 아빠말을 안듣고 인간을 사랑한 딸에게 안보이는 별을 할당했기 때문이란다(부모말을 잘들어야 한다).


매우 뜨거워서 푸르게 빛나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은 밝기 때문에 관측하기 좋다. 이 젊은 성단은 헤르츠스프룽-러셀(H-R)도표에 따르면 약 7,500만년 ~ 1억 50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성단 중 리튬이 남아 있는 최상 질량의 갈색왜성을 기준으로는 약 1억 1,500만년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성단으로서는 약 2억 5천만 년 정도 유지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여느 산개성단들처럼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위키미디어: pbkwee


그리스 신화 아틀라스와 일곱 자매들이야기에서 유래 되었다. 왼쪽의 별은 아버지인 마틀라스(Atral), 어머니인 플레이오네(Pleione)이고, 7개의 별은 각각 알키오네(Alcyone), 엘렉트라(Electra), 마이아(Maia), 메로페(Merope), 카이게타(Tatgeta), 켈라에노(Celaeno) 그리고 아스테로페(Asterope)이다.


플레이아데스의 부모와 7 딸들, 위키미디어: NASA, ESA and AURA/Caltech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적경은 3시 47분 24초, 적위는 24도7분이다. 적위가 우리나라 중간 위도인 37˚보다 낮아 주극성은 아니다(우리나라 별의 일주권은 90˚-37˚=52˚, 적위가 52˚보다 커야 항상 떠있는 별인 주극성이다). 지구에서 444광년 떨어져 있다(라고 나오는데 정확한 거리는 아직도 모른다). 겉보기 등급은 1.6으로 맨눈으로 찾기 쉽다. 성단의 총 질량은 태양의 800배 수준이다. 성단을 구성하는 별들은 대부분 갈색왜성으로 질량은 목성의 60배 정도이다.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만한 무게의 별이 없기 때문에 태양처럼 나중에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진화할 것이다.


스바루 자동차


좀생이별의 일본 이름은 스바루(昴, すばる, スバル, Subaru)이다. 스바루 하면 일본의 자동차 회사를 떠 올린다. 스바루 자동차는 원래 제2차 세계대전당시 제로센(A6M, ゼロ戰, 零戰), 하야테(Ki-84, 질풍, 疾風) 등 전투기를 만들던 나카지마 비행기(中島飛行機, なかじまひこうき)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일본의 양대 항공기 회사는 나카지마와 미쓰비시 중공업이었는데, 미쓰비시는 살아남고 나카지마는 연합군 최고사령부의 항공기 연구금지명령으로 해체되었다. 이후 나카지마의 5개의 관계사가 통합되어 후지 중공업이 되었다. 이때 5개의 작은 별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에서 플레이아데스 모양으로 로고를 만들어 1958년 생산한 스바루 360부터 사용하였다. 현재의 로고는 2003년 후지중공업의 글로벌 엠블럼으로 채택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스바루 브랜드, 위키미디어: 스바루 코퍼레이션


스바루 자동차는 비행기 생산 집단답게 디자인이나 마케팅보다는 기술에 집중하여 한때 기술력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도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자동차로 평가되었다. 피스톤이 상하가 아닌 좌우로 움직이는 수평대향 엔진(Flat Engine)과 사륜구동(AWD) 승용차가 유명하다. 하지만 2017년 불거진 무자격자 품질검사, 2018년 연비 및 배출가스 검사 데이터 조작 등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현대 도요타 자동차가 대주주이다.


스바루 포레스터(SG)와 레가시(BL), 위키미디어: Dinkun Chen


한국에는 랠리와 재미 동포들의 추천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진출하지 못하다가 2010년 1월에 공식 진출 발표후 3년만이 2012년 12월에 철수했다. 스바루는 가성비와 실용성의 차량인데 고가의 가격설정으로 가성비가 떨어지고 그 돈주고 살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계층이 없어 한국진출에 실패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스바루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차는 스바루에서 생산해서 토요타에서 판매하고 있는 '토요타86'뿐이다.


도요타 86 D-4S, 위키미디어: Rutger van der Maar from Leiden


세계대전 중 나카지마 비행기의 납품업체 중 미야자키 항공흥학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의 사장은 미야자키 하야호 (宮﨑駿, Miyazaki Hayao)감독의 큰 아버지였고, 아버지도 이 회사 간부였다. 그래서 미야자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붉은 돼지>, <바람이 분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서 비행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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