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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Feb 19. 2023

마션 (The Martian, 2015)

영화 지질학

이 언덕을 오르는 것도 최초이고 

내 발길이 닿는 곳은 모두 최초가 된다. 

45억 년 동안 이곳엔 아무도 없었지만, 지금은 내가 있다.


실패하지 않고 영화를 선택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감독을 보고 고르는 것이다. 물론 신인감독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미 감독한 작품을 참조하는 것은 실패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영화의 흥행은 경력이 많은 감독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감독 리들리 스콧


리들리 스콧 감독, Source: Wikimedia Commons by LG전자


<마션>을 감독한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1937 ~ )은 <에어리안>, <브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한니발>, <글래디에이터>, <프로메테우스>, <하우스 오브 구찌> 등으로 이미 흥행과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한 감독이다. 영국 출신으로 처음에는 CF 감독이었던 그는 1984년 애플의 매킨토시 128K 광고를 만들어 레전드로 남게 됐다. 


CF 감독답게 감각적인 영상미로 영화의 시각 부분에서 눈에 띄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시대를 다루는 영화를 거침없이 만드는데 영화 수준의 부침이 조금 심하다는 평도 받고 있다. 아카데미상은 아직 수상하지 못했다. 2015년 아들과 함께 LG전자의 슈퍼 볼 광고를 맡은 바 있다.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 +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션 The Martian>은 2015년에 공개된 미국의 SF 영화로, 2011년에 출판한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맷 데이먼(Matt Damon), 제시카 채스테인(Jessica Chastain), 크리스틴 위그(Kristen Wiig), 제프 대니얼스(Jeff Daniels), 숀 빈(Sean Bean)  등이 출연했다.



NASA의 화성탐사선 아레스 3호는 무사히 화성에 착륙하여 탐사를 하던 중 예상치 못한 모래폭풍을 만나 임무를 포기하고 철수하게 된다. 이때 폭풍 파편에 맞아 사망으로 판정되어 낙오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자기의 전문분야인 식물학의 지식을 살려 화성토양에 기발한 방법으로 감자를 키우며 생존 소식을 지구에 전달하고자 필사적인 노력을 다한다. 고립 전문배우인 하버드 대학 중퇴생 맷 데이먼은 이번에도 살아남게 된다(<인터스텔라>에서도 그랬다).



우연히 화성 위성사진으로 마크가 살아 있음을 발견한 NASA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다음 탐사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틸 식량을 보내려고 하는데 연 이은 실패로 위기에 처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레스 3호의 승무원들은 사령관인 멜리사 루이스(제시카 채스테인 분) 이하 전원의 만장일치로 마크를 구출하기 위한 533일에 이르는 구조작업에 다시 나서게 되고 천신만고 끝에 460여 일간 화성에 있었던 마크 와트니는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원작 소설은 여기서 끝나지만 영화에서는 이후 등장인물들의 지구생활을 보여주고 마크 와트니가 생존전문가로 후배들에게 강의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앞으로 우주로 나갈 미래의 우주인들의 초롱초롱한 눈과 열정적인 질문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영화는 악인이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희망과 긍정의 영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다. 1990년대 생으로 나오는 사령관 멜리사 루이스가 남기고 간 USB에는 70년대 디스코 음악만 가득했는데 이 음악이 마크의 짜증을 불러일으켰지만 희망을 이어가는 매개체가 된다. 도나 서머의 <Hot Stuff), 데이비드 보위의 <Starman>, ABBA의 <Waterloo>가 흘러나오고 엔딩 곡으로는 당연히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가 나온다.


원작 소설, 마션(Martian)


1972년생인 소설의 원작자 앤디 위어는 8살 때부터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등의 작품을 탐독하며 자랐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며 국립연구소와 몇몇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 2’ 개발에도 참여했다. 자신이 쓴 소설 <마션>을 온라인상에 연재하다가 큰 호응을 받으면서 2014년 종이책으로 출간하였다. 


소설은 마틴의 화성일기 형식으로 쓰여 있다. 우주항공학, 식물학, 천문학 및 지질학을 적절하게 섞어서 흥미진진하고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강력한 첫 문장부터 한방 먹이고 시작하고(인용하기에 너무 강렬하니 직접 찾아보시길) 소설 전체에 걸쳐 그리 공손하지 않은 표현이 속출하는데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이해는 된다. 


다른 작품으로는 달을 배경으로 한 <아르테미스 Artemis>와 MGM에서 라이언 고슬링 주연으로 영화화하기로 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Project Hail Mary>가 있다. 앤디 위어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촬영지 요르단 와디 럼


영화 마션(The Martian)은 화성을 주배경으로 하고 있어 촬영지가 궁금해진다. 화성에 가서 찍을 수도 없고 CG로 만드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촬영지는 요르단(Jordan) 남쪽 사막지대에 위치한 와디 럼(Wadi Rum) 보호구역이다. 아랍어로 "계곡"을 뜻하는 와디(Wadi), "달"을 뜻하는 럼(Rum)이 합쳐져 "달의 계곡" (The Valley Of The Moon)으로도 불린다.



와디 럼은 남쪽의 가장 큰 도시인 아카바(Aqaba)의 동쪽에 위치한 사막지대로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이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곳곳에는 고대인들이 바위에 그려 놓은 다양한 벽화들이 남아있다.


와디 럼 보호구역의 위치(우측 아래), 출처: 구글 지도
와디 럼 보호구역, Source: Wikimedis Commons by Lawrence Murray


이 장소가 서양에 알려지게 된 것은 옥스퍼드 사학과 수석 졸업생인 영국인 고고학자이자 군인이었던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Thomas Edward Lawrence) 때문이다. 1917년에 벌어졌던 아랍 반란 시절 그의 활약상이 신문과 훗날 자서전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고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라는 이름의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와디 럼은 요르단의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마션> 뿐 아니라 여러 영화가 이미 화성이나 외계 행성의 모습을 위해 이곳을 촬영지로 활용하었는데, <레드 플래닛(2000)>, <프로메테우스(2012)>,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 <듄(2021)>가 와디 럼에서 촬영되었다.


와디 럼은 화강암이 기반을 이루는 땅에 캠브리아기인 5억 3천 만년 전 퇴적된 30m의 층이 있고 그 위를 부정합으로 덮은 4억 8,500만 년 ~ 4억 2,000만 년 전인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에 쌓인 약 200m의 사암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후 요르단 남동부에서 수단에 이르는 지역이 지각변동으로 상승하여 현재의 높이에 이르렀다. 사막의 붉은색은 사암 중 철성분이 산화되어 나타난 색이다. 


화성 Fact Check


일단 화성의 지름은 지구 지름의 1/2이다. 중력은 지구의 1/3 정도이고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공전주기는 686일로 길지만(그래서 화성탐사는 주로 2년 단위로 한다.) 자전주기는 24시간 37분 22초이다. 자전축도 25.19도 정도 기울어져 4계절의 변화가 있다. 영화에서 나타나듯이 위성이 2개 있다.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95.97%, 아르곤이 1.93%, 질소가 1.89% 그리고 산소는 0.146%이다. 따라서 표면의 기온은 최고 섭씨 20도에서 최저 섭씨 -140도에 이르는 추운 행성이다. 


NASA의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가 2022년 11월 7일 찍은 화성의 표면, 퇴적 흔적과 물에 의한 침식지형이 보인다. 출처: NASA


화성에는 과거에 물이 있었음이 분명하지만 지금은 극지방을 제외하고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압이 7.5 밀리바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표면에는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다. 이렇게 낮은 기압에서는 돌이나 안테나를 날리는 폭풍도 일어날 수 없다. 낮은 중력으로 지구와 같은 정상적인 걸음은 불가능하고 토끼뜀(버니 합)하며 껑충거리는 모습으로 다녀야 한다.



사령관이 지질학자이고 착륙 후 기지 설치 후 하는 일이 암석 채취인 점, 귀환할 때 500kg의 암석표본(지금까지 인류가 달에서 가져온 암석샘플의 양은 총 380kg이다.)을 가지고 온다는 설정은 행성 유인탐사 시 가장 먼저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마크 와트니는 일기에서 착륙장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우리가 착륙한 곳은 오래전에 사라진 강의 삼각주이다. 나사가 그곳을 고른 것은, 만약 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세한 화석이 존재한다면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강물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부터 암석과 토양을 싣고 왔을 가능성도 높다. 조금만 파보면 광범위한 지질학적 역사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화성 관련 영화 중 가장 고증이 충실한 영화인데 제작과정에서 NASA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물론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과감(?)하게 설정을 바꾼 부분이 여러 군데 보인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로 보아야 하지만 다음 화성 탐사선에 탑승할 승무원들은 반드시 보고 갈 것 같은 과학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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