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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Mar 19. 2023

돈 룩 업(don’t look up): 혜성을 보지 마

영화 지구과학

“난 내 할아버지처럼 자다가 평온하게 죽고 싶다.

비명 지르던 그의 승객들처럼 말고”

- 잭 핸디(Jack Handey, 미국 유머 작가) -



혜성은 떨어지는데 미련한 지구인들은 올려 봐라, 올려 보지 마라 하고 싸우다가 운석에 맞아 지구가 파멸로 치닫는다는 블랙 코미디 영화다. 2021년 Netflix를 통해 개봉됐는데 한참 COVOD-19가 유행할 때이다. 당시 상황도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자기주장만 강요하는 분위기는 영화 속이나 현실 속인, 미국이나 한국이나 차이가 없어서 섬찟한 이야기다. 


감독인 애덤 맥케이(Adam Mackay, 1968~)는 <빅 쇼트 The Big Short>(2016)로 주목을 받은 미국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다. 2018년에는 미국 46대 부통령 딕 체니의 전기 영화 <바이스 Vice>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바 있다. 시니컬한 블랙 유머와 날카로운 대사와 풍자, 화려한 캐스팅, 현란하게 빠른 편집이 돋보이는 미국 블랙 코미디계의 대표 감독이다(나무 위키). 봉준호 감독과 HBO 기생충 드라마 버전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등장 배우가 무척 화려한데 이들이 받은 아카데미 오스카 트로피만 모아도 8개나 된다고 한다.


미시간 주립대의 천문학과 박사 과정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는 지름이 5~10km에 달하는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고 동료들과 기뻐하던 중, 지도교수인 랜달 민디 박사(레어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궤도를 계산해 보니 6개월 14일 후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민디 박사는 NASA를 통해 지구방위합동본부 부장 테디 오그소프 박사(롭 모건)에게 연락하고 백악관으로 가 보고를 위해 하염없이 대기한다.


하룻밤을 호텔방에서 보낸 뒤 마침내 제이니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과 참모들에게 정황을 설명하지만 이들은 3주 후 중간선거와 대법관 지명 파문에만 신경을 쓸 뿐이고 오히려 대통령의 아들인 비서실장 제이슨 올린(조나 힐 분)은 민디가 Ivy 리그 대학도 아닌데 뭘 아느냐고 비꼰다.



백악관에서 푸대접받은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뉴욕 헤럴드에 이 사실을 알리고 신문사는 The Daily Rip이라는 아침 생방송 토크쇼에 두 사람을 출연시켜 진상을 알리려고 하지만 도중에 케이트는 폭발하여 나가 버리고 계획은 우습게 끝나버린다.



하지만 지지율이 곤두박질쳐 선거에 비상이 걸린 대통령 측은 민디와 케이트를 내세워 ‘지구를 멸망에서 구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핵폭탄 로켓을 혜성에 발사하여 궤도를 바꾸려고 긴급발표 쇼를 하고 출발 장면은 전 세계에 중계하는 등 정치적으로 충분히 활용한다. 하지만 발사된 우주선은 갑자기 모두 돌아오게 된다.



IT와 우주기업인 BASH의 CEO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런스 분)은 대통령에게 혜성을 파괴하지 말고 30개로 쪼게 지구에 연착륙시켜 그 안에 들어 있는 희토류 등을 채취하여 사용하자고 강변하고 대통령 제이니는 이를 극비리에 추진한다. 어쩔 수 없이 백악관 과학 수석이 된 민디 박사는 얼굴마담 역할이나 하면서 브리와 바람을 피우다가 피터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서야 정신을 차리게 된다. 방송에 나가 가십거리로 대응하는 진행자에 폭발하여 정부의 계획을 폭로하고 FBI에 연행된다. 



풀려나서 집으로 오던 민디 박사에게 육안으로 혜성의 존재가 확인되는데 이때부터 국민들은 Look up파와 Don’t Look up파로 나뉘어 싸우게 된다. 다른 선진국도 미국의 계획을 비난하며 핵미사일로 혜성을 부수려 계획을 세우지만 발사장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나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결국 위기에 처한 지구에 남은 선택은 피터의 계획뿐이다. 


혜성은 무엇이고 소행성은 무엇인가?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물질은 소행성(asteroid)과 혜성(comet)이다. 소행성은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서 발견되는데 서로 충돌하거나 목성의 인력으로 궤도를 벗어나면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 혜성은 지름이 수 m ~ 수백km에 이르며 석질핵과 이를 둘러싼 얼음과 탄소질 먼지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해왕성 너머인 카이퍼대나 오르트 구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된다. 태양에 접근함에 따라 얼음이 녹아 기체로 방출되는 특징적인 꼬리를 나타내어 구별하기 쉽다. 태양계 생성 초기에는 이들 물질들이 모여 내행성을 이루었고 대부분 소모됐으나 남아있는 몇몇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베링거 운석 충돌구, 출처: Wikimedia Commons by USGS/D. Roddy


달이나 수성 등에는 외계 천체의 충돌에 따른 운석 충돌구가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기권이 존재하고 판구조 운동을 하며 대부분이 바다인 지구에는 이들 외계 천체가 충돌한 충돌 구덩이가 많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이 없다는 것이 충돌을 안 했다는 것이 아니고 풍화작용 등으로 그 모습을 감췄을 뿐이다. 미국의 체스피크만, 캐나다 퀘벡 등지에서 발견되었고 우리나라 합천에도 충돌구가 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충돌구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 인근 췩슐립 충돌구일 것이다. 지름 약 10km의 소행성이 충돌하여 공룡 등 당시 생물을 멸종으로 이끌었다. 이 당시에 생긴 층을 KT 경계라고 하고 특징적인 이리듐의 퇴적 속도를 보여준다. 


어느 날 혜성이 충돌할 가능성은?


췩슐립의 충돌구가 발견되고 외계물질의 충돌이 중생대의 종말과 연관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러면 우리는 그 위험에서 안전한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이들 운석 충돌을 다룬 다수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딥 임팩트>, <아마겟돈>, <그린랜드> 등이 그런 영화다.


이제 인류는 본격적으로 외계 천체를 탐색하고 감시하고 있다. 소행성은 다양하게 분류하지만 궤도에 따라 태양 근일점이 1.3AU(1AU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 미만을 근지구물체(Near-Earth Object, NEO)라고 하고 그중 최소 궤도 교차거리가 0.05AU 이하, 절대등급이 22 이하(낮을수록 밝음, 태양은 -26.74)인 소행성을 잠재적 위험 물체(Potentially Hazardous Object, PHO)라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궤도 근처에서 지구와 충돌할 잠재성이 있는 외계 천체는 약 2,000만 개인데 50% 이상은 자체 결합이 약해 지구에 들어온다고 해도 지표면에 닿기 전에 폭발될 것이고 따라서 전체의 40% 정도가 지표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모든 크기의 소행성을 감시할 수 없으니 대략 수백 m ~ 수 km의 지름을 갖는 것 만을 정확히 추적하는 게 목표이다. 물론 확인되는 NEO의 숫자는 점점 늘어 전체 개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나사의 행성 방어 페이지, 출처: NASA


현재 NASA의 지원으로 제트추진연구소(JPL)를 중심으로 NEO 관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140m 이상의 NEO를 최소 90% 이상 찾아 추적하는 것이 목표이며, 현재까지 100년 이내에 140m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140m 이상 전체 NEO 중 절반 이하만이 발견되어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실제로 2019년 7월 NASA는 당황스럽게도 축구장 만한 크기의 소행성 ‘2019 OK’가 지구에서 불과 6만 5천 km밖을 지나간다는 것을 7시간 전에 발견했다. 아직까지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이다.


만약 충돌이 예상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핵무기를 이용하여 파괴하거나 궤도를 바꾸는 방법이 거론되는데, 파괴하는 방법은 원치 않는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점점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충격, 엔진부착 등 밀어내기 방식으로 NEO의 궤도를 살짝 움직여 지구를 비켜가게 하는데 초점이 모이고 있다. 


NASA의 DART 우주선과 이탈리아 우주국(ASI)의 LICIACube가 디디모스 쌍소행성에 충돌하기 전의 그림., 출처: NASA


지난 2022년 9월 27일 NASA의 다트(DART) 우주선이 쌍소행성계 디디모스의 위성인 디모포스에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의 미션은 우주선 본체를 천체에 직접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고자 하는 시도였다. 지구에서 1,100만 km 떨어져 초속 34km로 이동하는 소행성에 충돌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PHO에 대한 대응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혜성에 희토류, 귀금속이 있는가?


태양계가 형성될 때 많은 소행성이 행성을 만드는데 참여했지만 불행히도 남아 있던 물체들도 존재한다. 안쪽을 돌던 물체들은 무거운 암석과 금속으로, 외곽을 돌던 물체들은 탄소, 무, 휘발성 기체가 섞여 태어났다. 하지만 목성, 토성 같은 중력이 큰 행성의 영향으로 이 질서는 뒤섞이게 된다. 내측을 돌던 물체는 지각, 맨틀, 핵으로 분화(differentiation)가 되기 전에 만들어져 무거운 금속이나 희토류가 전체에 고르게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물체가 오르트 구름 등 태양계 외곽까지 갔다가 다시 안쪽으로 들어온다면 다량의 희토류를 포함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채굴, 처리 및 운반에 대한 기술이 아직 미비하고 따라서 비용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아직 SF소설에서나 나오지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현재는 무인 탐사선이 가서 한 숟가락 정도의 흙을 퍼오는 게 현실이다. 국제법도 아직 정의되지 않아 우주 자원의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다면 아마도 자원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동료 심사는 무엇일까?


이 영화의 후반부에 BASH사가 혜성을 조각내어 가져오는 계획을 발표하자, 민디 박사는 동료심사를 하자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단어인 동료 심사(Peer Review)는 학술지에 발표하거나 연구비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이를 평가하여 보다 질 높은 논문을 만들어내고 지원목적에 합당한 연구를 걸러내는 제도이다. 



심사하는 방법은 저자와 심사자를 공개하는 방법에 따라 단일암맹검사, 이중암맹검사 및 개방형심사로 크게 나눈다. 영화에서는 민디 박사는 혜성에 핵폭탄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동료 심사를 공개적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지구의 운명이 달린 일을 한 기업의 독단으로 하게 된다는 것은 큰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BASH의 피터는 이를 듣는 척도 안 한다. 이미 다른 대안을 만들 시기를 놓쳐버린 것도 있고 정치권과 결탁한 기업에게는 하나마나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지난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한 동료평가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그리고 아직도 상황 판단을 못하는 민디 박사에 대한 감독의 냉소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기회는 물거품으로 끝나고 마지막 순간, 많은 사람들은 광란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멀리서 울려오는 혜성의 충격파에 무기력한 사람들은 흔들리는 물잔만을 바라볼 뿐이다. 인디언 샤먼은 무슨 기도를 하는지 떨어지는 운석 앞에서 마지막 춤을 춘다.





<돈 룩 업>은 외계천체의 충돌이 소재이지만 온전히 과학영화로 볼 수는 없다. 분명한 과학적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정치적 입장만을 생각하는 우매한 인간들에 대한 경고이자 반성을 코믹하게 섞어 놓은 영화이다. 과학적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충분한 자문에 입각하여 영화를 이끌어간다.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볼까, 올려다보지 말까 어느 쪽일까요?


참고문헌


1.     나무위키

2.     문홍규, 2021, 천문학자 시각에서 본 소행성 자원 채굴의 현재와 미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Future Horizon+, 제51권 제4호, p.19~26

3.     윤용식, 최정수, 김형완, 2011, NEO 우주탐사의 기술 동향, 항공우주산업기술동향 제9권 1호, p.102~109

4.     에드워드 켈러, 2009, 환경지질학, 시그마프레스

5.     이효빈, 조영돈, 김해도, 2021, 학술연구와 관련된 동료심사(Peer Review)의 윤리기준에 관한 연구, NRF ISSUE REPORT, 2021, 3호

6.     위키백과

7.     장 피에르 뤼미네, 2008, 하늘의 불, 해나무

8.     NASA 홈페이지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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